동네 소꿉장난 수준의 시범운영

2005.11.21 09:54:00

교육부가 교원평가 시범학교 선정 과정이 밀실에서 이루어졌다는 정황을 숨기지 못한 채 우여곡절 끝에 선정 학교를 발표는 했지만 이들 학교는 ‘정책 연구 시범’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대표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표성이 부족한 시범 운영의 결과는 일반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범학교로 선정된 초ㆍ중ㆍ고교 48곳은 한개 학년이 평균 1개 학급을 넘지 않는 초미니 학교를 비롯하여 중ㆍ고 32곳 가운데 50%인 16곳이 10학급 이내의 농어촌 벽지학교 등 소규모 학교다. 따라서 다면평가의 대상인 교원 수도 교장과 교감까지 포함하여 20명 이하인 학교가 39.6%인 19곳에 이르러 ‘학교교육력 제고를 위한 전국시범학교’라는 명분이 빈약하기 짝이 없다.

이런 소규모 학교에서도 동료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교사를 다면평가하는 교원평가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즉 수업평가의 경우 초등학교는 같은 학년 교사가, 중·고교는 같은 교과 교사가 참여해 수업계획과 수업실행, 평가 등 수업 전문성을 평가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초등학교의 동 학년이나 중ㆍ고등학교의 동교과 교사가 고작 1~2명에 불과함으로써 사실상 다면평가가 무의미함을 알 수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수업 만족도 또한 수평 비교 가능한 대상이 없으므로 한두 명을 놓고 평가하는 결과가 되는데 지역 특성상 교사의 평소 생활지도나 수업 이외의 교육활동이 학부모와 학생의 감성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많아 ‘왜곡된 반쪽평가'가 될 것이 뻔하며 당초 의도했던 올바른 시범실시 효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할 수 없다. 교육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명분으로 강행되는 중차대한 교육정책의 시범운영을 무슨 소꿉장난으로 아는가.

더욱이 평가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교직사회에서 자칫 인기주의로 교육 방향이 왜곡될 가능성이 크며 또 ‘잘 나가는’ 교사가 오히려 동료 교사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특정 교사를 밀어주는 담합의 부작용도 나올 수 있어 이는 교직사회에 불신을 조장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 즉 교원평가제가 오히려 전시수업을 조장하고, 생활지도외 인성교육을 경시하며 수업의 획일화를 조장하는 등 교육활동을 변질시키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시범운영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 8월 시범운영 결과를 분석한 뒤 교직·학부모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교원평가 제도의 전면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며 당장 이달 말부터 내년 8월 말까지 교원평가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48개교에서는 교사ㆍ교감ㆍ교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나 당장 한 달 후면 겨울방학이 시작되어 사실상 겨울방학 전까지 시범학교로 선정된 학교에서 교원평가와 관련된 수업평가 등 구체적인 평가진행이 어렵다. 더구나 신학년도가 되면 공립의 경우는 정기 인사이동으로 교원의 구성원이 달라지고 새로이 시작되는 학사과정과의 연속성에 비추어 보더라도 교육부가 이미 짜놓은 틀에 따라 무조건 일정을 맞추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학부모들은 부적격 교원퇴출 문제를 교원평가제와 동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도대체 1년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과연 무엇을 검증하고 어떤 일반화 자료를 도출한다는 것일까. 시작 단계부터 우려했던 갈등과 부작용이 나타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졸속 교원평가 시범운영으로 학교교육력 제고나 교원의 전문성이 신장되거나 정책의 실효성을 거둘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

교육부는 더 늦기 전에 대표성도 없고 기간도 촉박한 교원평가 시범운영을 철회하라. 시범학교 운영은 동네 소꿉장난이 아니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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