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대화이다

2005.11.27 19:19:00

교생실습을 마치고 와서 실습 때 받았던 수업안들을 살펴보면서 내가 참관했던 수업들에 대해 되돌아 봤다. 수업을 지켜보면서 내가 가졌던 생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것은 바로 '수업은 대화' 이다.

흔히들 수업을 한다고 하면 교과서에 쓰여진 글자들을 읽고, 설명해서 학생들이 그것들을 머리 속에 집어넣으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업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다. 수업 시간마다 제시되는 학습목표는 수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학습목표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수업의 목표는 단순한 지식의 낱개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이 잘못 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일방적인 수업 꼽고 싶다. 수업이란 교사와 학생이 빚어내는 master piece다. 교사와 학생이 인간 대(對) 인간으로서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만남의 매개체로 삼아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로 수업이다.

교사가 '선생(先生)'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먼저 태어나서 마땅히 습득해야 할 지식(교과)을 학생들보다 많이 배웠고, 그리고 그것을 채득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본을 보일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은 단순한 글자를 학생들에게 암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지식의 총체로서 학생들 앞에 서서 행동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식의 전달은 교사라는 존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소크라테스가 훌륭한 교사라 칭송받는 것은 바로 그가 지닌 지식과 그의 삶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만약 교과서에 실린 지식들이 교사를 통하지 않고 전달될 수 있는 성격의 것이라면 학교라는 것이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대화란 바로 교사는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고 또한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모종의 바람직한 것들이 교사와 학생 사이를 오고 가는 상황이다. 훌륭한 교사는 학생들의 주의집중을 잘 이끌어내는 교사다. 주의집중을 통해 지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주의집중을 잘 이끌어내는 자체로서 그것은 이미 학생들과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의 집중이 단순한 쇼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그래서 수업 후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대화라고 할 수 없다.

능숙한 교사를 훌륭한 교사와 동일하게 말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능숙한 교사가 학생들과 대화를 잘 나눌 수 있는 실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수업에 왕도란 없다고 교사들은 입모아 말한다. 하지만 훌륭한 수업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수업이라는 것 역시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과연 그 기준은 어디에 둬야 하는가.

수업을 지켜보고 잘못된 수업이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교육의 파급효과는 늦다는 것에 있다. 단지 몇 시간의 수업만을 지켜보고서 그것이 잘못된 수업이라고 판단한다면 필경 그 판단근거로 교육의 가시적 효과를 거론하거나 아니면 직접적인 방법이 아니라 삥 돌아가는 수업 방법을 택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 것이다.그러나 수업이란 지름길을 택했든 돌아가는 길을 택했든지 간에 결국 목표만 달성하면 되는 것이고, 목표를 달성했다고 판단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수업 한다는 말 자체에 교육적 의미가 이미 포함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수업을 잘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수업을 잘 했다, 못 했다를 판단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사는 수업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김지훈 학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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