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담근 김장김치 맛보세요"

2005.12.03 18:52:00


급식시간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반찬이 있다면 김치이다. 영양사 선생님께서 갖가지 김치의 종류를 어린이들에게 공급하고자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김치는 여전히 인기가 있는 반찬이 아닌 듯하다.

작년에 김치를 담그는데 문득, ‘이 김장김치를 아이들과 함께 먹는다면 어린이들이 김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수 있을 거야’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김치를 알맞게 익힌 후(알맞게 익힌다는 것이 조금 시어지기도 했지만) 입가에 빨갛게 묻은 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올해도 아이들과 함께 가질 김장김치 파티를 생각하며 8월말 양평에서 유기농 배추모종과 모종이 자리기 좋은 흙을 사다가 밭에 심었다.

퇴근 후에 밭에 들르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비길 수 없었다. 배추 잎에 붙어있는 배추벌레와 달팽이와 대화하는 것도 더없는 즐거움이었다. 어떤 농부의 말이 ‘사람의 발자국소리를 들은 만큼 식물은 자란다’고 하지 않았던가?

배추의 잎이 어느 정도 퍼졌을 때 끈으로 하나하나 묶어주었다. 배추속이 점차 차기 시작했고 무가 하얀 속살을 드러내었다. 갓도 진한 자줏빛으로 변해 가며 김치 속 재료로 손색없음을 뽐내었다.

시어머니께서 시골에서 사서 보내주신 태양초 고춧가루에 경주에 사시는 형님이 준비해 주신 생멸치 젓갈 내린 것, 사골국물, 밭에 심었던 파와 갓 그리고 무로 김치 속 재료를 넣으니 그야말로 풍성함 그 자체이다. 게다가 주먹만한 알타리 무를 김치 속 재료를 넣고 버무리니 먹음직스럽기가 그지없다.

오늘 아이들과 김치파티를 가졌다. 모두들 도시락에 밥을 가득가득 담아왔다. 선생님이 담근 김치의 맛이 어떤지 무척 궁금하였던 모양이다. 알타리 무를 하나씩 들고 먹으려는 직전 사진을 찰칵 찍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선생님의 따뜻한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김장김치 파티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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