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흐르는 강물처럼

2005.12.06 15:26:00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한 교육개혁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또한 예외일 수 없어 새로운 교육 개혁안을 내어 놓고는 있으나 대안이 미흡하여 국민들을 실망과 불만으로 가득하게 하고 있다. 빠른 압축 성장이 가져다 준 후유증으로 인해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 젖어 세상은 도덕성과 정직성, 준법성을 잃고 혼란스럽다.

사회 일각에서는 "교육이 잘못되어 그렇게 되었다"고 바른 진단을 하나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여 고민하고 있다. 교육부장관을 경질하고 개혁안을 수없이 내어 놓았지만, 급한 마음에 졸속으로 만든 대안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개혁만이 살길임은 분명하나 본질에서 멀어진 개혁으로 장관이 바뀔 때마다 "이 길이 살길이니 따라 오라" 하지만, 따라 가니 손해요 남은 것은 불안뿐인데 어떻게 국민들이 믿고 따를 것인가? 한 번 잘못 시행된 제도는 상당 기간 동안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제도가 번복되었을 때에 오는 경제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개혁이 득보다 실이 많다면 개혁을 멈추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리란 것을 뻔히 알면서도 무리하게 졸렬한 정책을 추진하고, 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라면서 '먼 후일에 결과가 나타나니 두고 보자'는 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무책임한 개혁은 역사의 죄악이다. 대안 수립에 있어서 여러 사람들의 참여는 필요하나 참여를 위한 참여가 아닌, 수준 있는 사람들의 수준 높은 참여가 필요하다. 참여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다면 아니함만 못하고 국력만 소모될 뿐이다.

교육 정책은 우리의 정서와 문화 수준에 맞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선진국형 제도라 하더라도 우리의 여건과 풍토에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예를 들어보자. 평가에 있어서 지식 위주의 평가만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하여 도입한 수행평가(遂行評價) 제도가 그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불공정한 평가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 점수화된 봉사활동이 확인 받기 어려운 진정한 봉사활동을 기피하게 하고, 아이를 생각한다는 작은 마음에서 비롯된 봉사활동 부풀리기는 온 국민의 양심을 속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특기·적성교육도 소리만 요란하면서 형식에 치우치고 있다. 모든 일반 학교가 특기·적성 교육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무리한 발상이고,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배운 특기를 불특정 다수에게 전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 아닌가? 어설픈 강사에 의한 특기·적성교육은 오히려 아이의 잠재 능력을 죽여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대학을 나오지 않거나, 실업계 고등학교를 나오면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 사회 풍토가 있는 한, 대학 진학은 치열하게 되고 실업계 고등학교 진학은 기피될 수밖에 없다. 구멍가게 하나라도 개업하고 폐업하는 데는 상도덕이 있거늘, 대학이 그리도 쉽게 만들어지고 쉽게 문을 닫다니 한 치 앞을 못 보는 교육 행정이 답답하다. 어렵게 학교를 고르고 선과(選科)를 한 학생들과 지도 교수는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학 설립은 장난이 아니고 돈벌이의 수단도 아니다.

교육을 시장경제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시장 상품은 하자(瑕疵)가 있으면 생산을 중단시켜 해당 기업만 망하면 되지마는, 국가의 교육이 잘못되면 개인의 희생은 물론이고 한 국가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입시제도는 바꾸면 바꿀수록 학생과 학부모는 우왕좌왕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진학담당 교사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주 바뀌어 가는 입시제도를 정말 이해하기 힘든다. 그간 수없이 바뀌어진 입시제도! 과연 학생을 바르게 선발하였고, 선발된 학생들이 만족한 교육을 받고 있는지 진지하게 검토해 본 적이 있는가?

진학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는 더 이상 손해 보지 않으려고 자식들을 학원에 보내고, 개인 지도를 시키고, 해외 유학까지도 보낸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부모의 희생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인심, 모든 것은 자유이기에 각자가 알아서 할 문제라고 정부가 뒷짐만 져서도 안 된다.

교육개혁은 제도의 개혁보다 의식의 개혁이 더 시급하다. 의식이 따라오지 않은 일시적 ․ 지엽적 ․ 임기응변적 ․ 땜질식 제도의 개혁은 오히려 교육을 더 혼란스럽게만 한다. 교육은 의식 개혁에 바탕을 두고 본질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개혁이 뒤따라야 국민이 안심하고 따를 수 있다.

꼬인 실타래를 급하게 풀면 더욱 꼬이기 마련이다. 교육개혁은 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와 정서에 맞도록 차근차근 풀어나가야 한다. 정권 차원에서 장식용으로 내어 놓거나, 강박감에 사로잡혀 어설프게 내어 놓는 개혁안은 오히려 사람들의 심성만 거칠게 하고 모든 사람을 괴롭게 한다.

수많은 국정 혼란을 겪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대형 사건과 사고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이 고스란히 자기만 손해보고 살아가리라 믿는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지도자들의 의식 수준보다 높은 현실에 실익이 없는 말만의 개혁은 탁상공론이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다.

의식이 바뀌지 않은 제도만의 개혁은 모래 위의 누각으로 성과는 없고 실패만 나타날 뿐이다.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의식을 바르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모든 지도자들이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먼저 지도자들이나 엘리트가 의식 개혁에 솔선수범(率先垂範)하여야 한다. 의식의 개혁은 교육부 장관이나 몇몇 교육 관료들의 몫이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의 몫이요 우리 국민 모두의 몫이기도 하다.

개혁안이 늦게 나와도 좋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고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대안이라면 시간이 문제이겠는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가정과 학교 나아가 사회가 다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교육은 물 흐름과 같이 순리적으로 하여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근본적이고도 본질적인 문제부터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교육은 바로 서고 국민들은 편안하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게 된다. 교육 개혁의 바탕을 다음과 같이 두고자 한다.

첫째, 사람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함께 하는 공존의 원리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둘째, 사람다운 사람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 풍토를 만들어 가야 한다.
셋째, 개인의 소질과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넷째, 많이 가르치려 하지 말고 원리를 가르치고 깨닫게 하여야 한다.

빗방울이 모여 계곡물이 되고, 계곡물이 모여 시냇물이 되며, 시냇물이 모여 강물을 이루듯이 교육은 자연의 원리와 본질을 찾아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물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