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교원평가 어렵다

2005.12.13 10:27:00

연말을 맞아 그동안 느꼈던 것이나 원하는 것을 아이들이 솔직하게 써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에게는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있었던 일을 뒤돌아보게 하고, 교사인 나는 아이들의 글을 통해 올 한 해를 반성하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학급운영을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성적표를 받는 날이었다.

나온 결과를 보니 학급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이 좋았다거나 아주 좋았다는 아이들이 많아 다행이었다. 부정적으로 답한 아이들도 괴롭히는 친구들이 있는 게 좋지 않은 이유였다. 그나마 힘이 센 친구들이 학기 초보다는 잘 대해 준다니 다행이었다.

학급운영이나 수업시간의 이해도에 대한 물음에서는 괜찮다거나 이해가 잘된다, 수업시간 분위기에 대해서는 자유스럽다거나 적당하게 엄격하다, 수업시간의 표정에 대해서는 재미있거나 부드럽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중점을 두었던 생활지도에 대해서도 생활습관이 나쁜 어린이들을 잘 이끌어줬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 외의 답변도 있었다. 어떤 때 누구를 편애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답변에 남자들은 여자애들에게만, 여자들은 남자들에게만 선생님이 잘해 준다는 의견으로 대립되어 있었다. 또 한 남자아이에게만 잘해준다는 의견도 많았다.

같은 것을 보더라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게 문제였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에게 모두 똑같이 대해줬는데 아이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더구나 따돌림과 괴롭힘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교사가 보살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고, 학교생활이 즐겁지 않을 정도로 따돌림 당하고 있는 아이에게 교사가 관심을 두는 것 까지 편애라고 생각한다는 게 뜻밖이었다.

아무 부담이 없는 평가였지만 아이들이 느끼고 원하는 것이기에 결과가 궁금했고, 반성의 자료로 이용하는데도 무리가 없었다. 그런데 정식으로 교원평가를 받게 되면 어떨까? 또 우리 반 아이들 그러했듯 혹 어느 한 부분이라도 잘못된 평가가 이뤄지면 어떨까?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