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2005.12.12 15:55:00

지난 주 금요일 아침. 등교를 준비하던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 녀석이 갑자기 웃옷을 벗더니 옷에서 냄새가 난다며 아내에게 다른 옷을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었다. 녀석의 말에 기가 찬 아내는 녀석의 옷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리고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것 같아 하루만 더 입으라고 주문을 했다. 그러자 녀석은 그게 아니라며 새 옷을 달라며 완강하게 고집을 부렸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내가 화가나 녀석을 혼내주려고 하자 아내는 내 옆구리를 찌르며 그냥 놔두라는 눈치를 하였다. 아내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아 그냥 못이기는 척하며 출근을 하였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하여 집에 들어 온 나를 보며 아내는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를 안방으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아내의 힘에 이끌려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앉자마자 아내는 물었다.

“여보, 당신은 사춘기를 언제 보냈어요?”
“아마 중학교 2학년 때쯤. 그건 왜요? ”
“요즘 OO이 행동에서 이상한 거 느낀 점이 없어요?”
“시험 때문에 신경이 조금 예민해진 거 같은데? 그게 아니면?”
“그것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사춘기가 왔나봐요. 며칠 전에 저에게 이상한 질문을 하던걸요.”
“무슨 질문을?”
“여자아이들이 어떤 남자를 좋아하는지?”
“그래서 당신이 무슨 말을 해주었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당신이 남자니까 한번 이야기 좀 해보세요.”
“알았소.”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최근에 있었던 녀석의 행동 하나 하나가 새삼 떠올려졌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 앞에 가방을 팽개치고 밖으로 나가곤 했던 녀석이 요즘 들어 외출도 하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내심 시험을 앞두고 예민해진 탓이라 생각했다.

토요일 저녁이었다. 방문을 열자 녀석은 나쁜 짓을 하여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 듯 컴퓨터로 쓰고있던 이 메일을 부리나케 감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는 것이었다. 지금에야 생각해 보니 녀석은 분명 여자친구에게 이메일을 쓰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은 목욕탕 거울 앞에서 팔을 걷어 부치며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던 녀석이 생각이 난다.

그 날밤, 아내와 나는 녀석이 자고 있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내는 자고 있는 녀석의 볼에 스킨십을 해주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우리 부부가 모르는 사이에 마냥 철부지로만 알았던 녀석이 어느새 무척이나 커버렸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제 녀석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야 할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이성에 대한 녀석의 가슴앓이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모르겠으나 아무쪼록 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보내 멋있는 남자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편으로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이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환희 강릉문성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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