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으로 돌아간 하루

2005.12.16 16:42:00


지난 주말 42년전 졸업한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왔습니다. 젊고 예쁜 때 못 만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더 늙기 전에 만난 것도 감사하였습니다.

진짜 처음 보는 친구도 있었고, 서너번 만난 친구도 있었습니다. 여자 두반, 남자 두반 240 여명이 섞이지도 않고 6년을 지냈으니 우리 반 아닌 친구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남자 친구는 이름도 잘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었고요. 우리들은 6. 25때에 태어났거나 그 이듬해 태어난 가난했던 시절 초등학교를 다닌 세대였습니다.

꿈에도 못잊어 그리워 했던 초등학교 때 내 친구를 만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훌훌 벗어버리고 유쾌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금은 교대 교수가 된 친구가 회장(공주교대 구권환)역활을 성실히 잘 해내고 있었습니다. 모든 회원에게 이름표를 달아 주며 한사람 한사람 이름과 살던곳과 사는 곳, 옛날에 뭐하는 집 아들, 딸이었나를 소상히 밝히며 전 회원들 앞에서 소개를 해 주는데 그의 자상함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임원진을 새로 뽑아야 한다는데 회장은 종신으로 하라고 밀어 붙였지요.

교직에 있었던 서너명의 여자 동창들은 다 고만 두고 저만 홀로 아직도 평교사를 하고 있더라구요. 그러니 초등에 있는 남자 친구 둘이 벌써 관리자가 된 입장에서 저를 조금이나마 도와주려고 마음적으로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도 흐뭇했습니다. 임원진은 멀리서 온 여자 동창들을 위하여 방을 잡아 주는 세심함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날 모인 15명의 여자 동창들은 한 사람도 가지 않고 한 방에 모여 밤 새 이야기의 꽃을 피웠습니다. 소녀처럼 예쁜 마음을 간직한 친구, 모델처럼 날씬한 친구, 내가 좋아했던 예쁜 친구 모두 모여서 사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포장되지 않은 가슴 속의 이야기를 하자고 한 친구가 제의했습니다.

그 친구는 세월을 돌릴수만 있다면 옛날 6학년 때로 가고 싶다고 하지 뭡니까? 부잣집 딸로 서울로 유학(고등, 대학) 가고 의사한테 시집 가서 잘 사는 친구인데요. 그 친구는 시간(세월)을 더욱 보람되게 쓰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친구들의 말을 들어 보니 모두들 열심히 근면,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이젠 친구들의 子女 결혼식에 빠지지 않고 다녀야 겠습니다. 哀事에도 알기만 하면 열일 제치고 가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빠지지 말아야 친구들이 좋아할거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서로에게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어 준다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릅니다.

내 남자 동창들은 내 이름은 알지 못해도 내 아버지와 오빠 이름을 대면 금방 알아주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아무리 초등학생이라도 저분이 누구의 아버지라는 것쯤은 다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부모된 사람은 이제라도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야 겠다는 것을 깨달았던 하루였습니다.
최홍숙 청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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