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 동의내신제'는 헌법소원감

2005.12.18 08:55:00

지금 일선 학교에선 2006학년도 3월 정기인사에 따른 서류작성이 한창이다. 전라북도교육청의 교원인사는 비교적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 다른 시ㆍ도의 부러움을 사고 있을 정도이다. 부임 1년만에 옮겨 갈 수 있는 등 전보요건도 완화되어 교원 근무의 편의성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납득 못할 규정이 있다. 헌법이 보장한 ‘선택된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 (제15조)를 침해하고 있는 ‘학교장동의내신제’ (일명 교사초빙제) 및 국어ㆍ영어ㆍ수학 과목의 전주시 실업고에서의 일반고 관내전보 제한이 그것이다.

먼저 학교장동의내신제란 읍 단위 이상 지역의 예체능 교과를 제외한 국ㆍ영ㆍ수 등 대학입시 주요 과목의 교사를 교장이 직접 뽑아쓰는 제도이다. 실시 목적은 학생들의 입시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테면 입시지옥을 부추기는 비교육적 제도인 셈이다.

필자는 이미 3년전 학교장동의내신제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점을 들어 폐지를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헌법소원을 통해서라도 ‘선택된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도록 할 참이라고 말했지만,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그래서 지금껏 학교장동의내신제가 ‘횡행’하는가?

우선 학교장동의내신제의 문제점은 투명하고 공정한 교원인사와 달리 희망교사와 해당 학교장간에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정기인사 몇 개월 전부터 교사 스스로 빈 자리를 알아봐야 하고, 그러는 가운데 어떤 경우 모멸감과 함께 청탁이 오고갈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최소한 정기인사 전에 해당 학교 교장과 식사자리라도 한 번 가져야 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설사 뒷돈 거래까지는 없다치더라도 식사 한 끼니로 입시성적을 올리기 위한 ‘우수 교사’가 정해진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러나 학교장동의내신제의 더 큰 문제점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가 아무렇지 않게 침해된다는 점이다. 요컨대 실업고나 중학교 교사의 일반고 전입을 원천봉쇄함으로써 ‘선택된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학교장동의내신제는 특정 교사단체 소속이거나 비판적 성향의 ‘골치아픈’ 교사들을 배제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가령 필자같이 비판적 칼럼을 자주 신문에 기고하는 경우가 그렇다. 3년전 일반고 전입을 하고 싶었지만, 간접적으로 알아본 학교에선 내 이름을 듣고 더 이상 말도 못꺼내게 했다나 어쨌다나.

그런데 다시 전주시 일반고 전입을 위해 알아보니 학교장동의내신제 못지 않은 위헌적 규정이 있다. 전주시 실업고의 국어ㆍ영어ㆍ수학 교사는 관내전보가 아닌 일반전보 내신을 통해 일반고로 갈 수 있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관내전보가 만기순환 전보보다 우선 순위인 점에 비춰보면 일반전보 내신의 실업고 국어ㆍ영어ㆍ수학교사는 일반고로 가지 말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제한을 받지 않는 사회ㆍ과학 등 또 다른 입시과목과 비교해 봐도 분통이 터지는 차별이라 아니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해 동료 사회교사는 관내전보를 통해 시내 일반고로 옮겨간 바 있다. 나는 어떻게 그와 다르고 무엇이 그렇게 부족한지 애써 자제하려 해도 울화가 치미는데, 위헌적 차별요소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반고에서는 희망만 하면 과목을 막론하고 실업고로 보내준다. 실업고에 대한 차별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다시 한번 전라북도교육청(아마 거의 전국에 걸친 현상일 것이다.)에 강력히 촉구한다. 명분이라고 해봐야 입시지옥을 부추기는 것일 뿐인 학교장동의내신제 및 국ㆍ영ㆍ수 과목의 전보제한을 하루속히 폐지하여 헌법소원을 당하는 '치욕'에서 해방되기를.
장세진 전 교사, 문학⋅방송⋅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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