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교육 본질 회복, 정보·소통이 먼저

2025.08.25 09:10:00

최근 잇따르는 교권침해 사건은 해외 연구와 한국 현실이 하나의 분명한 교훈을 가리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바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정보와 신뢰의 균열이 깊어질수록 교육 본질이 훼손된다는 사실이다.

 

교사·학부모 간 균열 심해져

스위스 출신 교육심리학자 노이엔슈반더 교수는 2020년 연구에서 부모와 교사 간 협력에서 ‘정보’와 ‘신뢰’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해 쌓인 신뢰가 학생의 성취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가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OECD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한다. OECD는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가로막는 핵심 장벽으로 시간 제약, 참여 기회 인지 부족, 그리고 교사와의 소통 부재를 지목했다. 이처럼 기본적인 소통 창구가 막히면, 교사는 학생 학습 성향이나 가정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상담에 임해야 한다. 결국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교사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고, 적극적인 조언 대신 ‘침묵’을 선택하는 일이 잦아진다.

 

소통과 신뢰의 붕괴는 한국 사회에서 더욱 첨예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소위 ‘조민 사태’를 기점으로 입시 관련 자료의 공정성을 둘러싼 불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됐고, 이는 교사가 전문성을 발휘해 작성한 평가와 기록마저 의심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는 교권침해가 일부 문제 학부모나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교육 공동체 전체의 신뢰가 무너진 구조적 문제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할까?

 

우선 통합 학생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년이 바뀌어도 새로운 담임교사가 학생의 과거 상담 기록, 학습 이력, 가정환경 정보 등을 즉시 열람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교사가 충분한 배경지식을 갖고 학생을 깊이 이해하도록 도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다.

 

둘째, 분기별 교사-학부모 정례 협의회를 제도화해야 한다. 민원과 요구가 개별 교사에게 직접 향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학부모와 교사가 대등하게 참여해 사안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신뢰 회복 위한 기틀 필요해

셋째, 교사와 학부모 모두를 대상으로 한 신뢰 회복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 교사는 생활지도와 갈등 조정 역량을, 학부모는 학교 제도와 교사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기회를 통해 서로의 역할을 재확인해야 한다. 제도만 바뀌고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 간극을 메우는 일은 국가의 행정 조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교육 공동체가 스스로 손을 맞잡고, 학생이 주체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와 신뢰가 무너진 교실은 오래 서 있지 못한다. 그것을 다시 세우는 일은 지금 우리의 몫이다. 투명한 정보와 제도화된 소통이 학교를 바꿀 때, 교사는 가르치고 학부모는 믿으며, 학생은 온전히 배운다.

 

김용민 부산교대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 wks123@tobeunicorn.kr, TEL: 1644-1013,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강주호 | 편집인 : 김동석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