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 어른의 눈높이를 낮추자

2005.12.26 13:26:00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교사가 아니면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18명이니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교사의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을 먹고 난 후 휴식시간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가 있다. 바로 눈앞에서 싸움이 일어날 때도 있고 큰 소리로 친구들에게 화를 내거나 둘, 셋 모여서 교사가 가르쳐 준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받아쓰기 100점이 몇 개인지 헤아려보기도 한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가끔 일어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사소한 일을 가지고 큰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이다. 바로 그 일이 오늘 일어났다.

우리학교는 교실에서 배식을 하는데 조별로 급식당번이 되어 배식을 한다. 그런데 배식이 끝나도 간혹 음식이 남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급식당번 중 한 사람이 남은 음식을 순서대로 조금씩 더 나누어 주게 된다. 오늘은 야채와 고추장을 함께 넣어 볶은 닭살고추장 볶음이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크게 싸우는 소리가 나서 보니 둘이 서로 남은 음식을 나누어 주겠다고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숟가락모양으로 생긴 긴 배식도구를 든 채. 리포터가 보았을 때는 둘 중 한 아이는 반찬그릇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껴안은 상태에 있었고 한 아이는 그것을 어떻게든 뺏으려는 동작을 취하고 있었는데 긴 숟가락 모양의 배식도구가 왔다 갔다 하는 사이 두 아이의 옷은 걸쭉한 고추장 국물이 여기저기 묻어 있는 상태였다. 두 아이의 눈을 보니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은 한조는 6명으로 되어 있는데 1명의 어린이는 배식을 하지 않고 다른 아이들의 배식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배식을 하지 않던 아이가 남은 음식을 나누어 주는 것만큼은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교사로서는 이럴 때 어찌해야할까?

배식당번은 3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터여서 얼마든지 배식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건만 왜 하필이면 오늘 두 아이는 닭살 야채볶음을 배식하기를 고집하는 것일까? 서로에게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훈계하기에는 너무나 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여 결국은 제 3의 아이에게 남은 배식을 부탁하였다.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두 아이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역시 사소한 일이었다. 두 아이의 얼굴은 금방 밝은 얼굴이 되어 깔깔거리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때로는 교사 아니 어른의 생각이 이처럼 순진무구한 아이들을 양보와 배려가 없는 아이들, 혹은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아이들로 판단해 버리는 경우가 없었는지 돌이켜보고 행동발달상황을 기록할 때도 한 번 쯤 더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가끔 다투고 큰 소리로 얘기하고 뛰어다니는 것이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의 정말 사소한 일인 것을.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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