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혹한 녹이는 훈훈한 인정

2005.12.21 10:56:00


원평초등학교 6학년 25명은 12월 20일, 여느 해보다 잦은 폭설과 혹한 때문에 더욱 보고 싶은 가족들만을 생각하며 쓸쓸해할 복지시설 ‘애린양로원’의 노인들 50여 명을 찾아 봉사 위문 체험활동을 벌였다.

‘애린양로원’은 60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의지할 곳 없는 남녀 노인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시설이었다. 2층 규모의 현대식 건물에는 원생들이 생활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각종 시설들이 잘 되어 있었다. 식당, 숙소, 의료실, 여가선용실, 건강관리실, 집회실 등의 시설이 잘 되어 있었고, 야외의 조경은 어느 공원 못지않게 잘 조성 되어 있었다. 잔디밭에는 아직도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예정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집회실로 한 분 한 분 노인들이 모이고 계셨다. 학생들은 만나는 노인들께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머리가 허옇고 몸조차 잘 가누지 못하시는 할머니께서는 물끄러미 학생들을 바라보시면서 “얘들아, 고맙다.”는 말씀을 하시고 또 하셨다. 두고 온 손자 생각을 하셨을까! 아니면 없는 손자를 생각하셨을까!

나이가 많으셔서 몸도 잘 가누지 못하고 초기 치매 증상까지 있어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고 정신연령이 유아 수준인 분들도 꽤 많았지만 집단생활의 규칙 지키기는 상당히 익숙한 듯 했다. 줄을 맞추어 앉으셨고 시설 직원의 통제에 아주 잘 따르셨다.

학생들은 각종 공연 프로그램을 스스로 계획하고 연습하였다. 다양한 소품과 의상까지 준비 하였다. 평소 용돈을 절약하여 구입한 생활용품과 간식거리들을 한 아름씩 안고 찾았다. 노인들은 학생들이 연기나 장기 자랑을 할 때는 아낌없는 박수를 치시고 환호하시기도 했다. “참 예쁘다.” “참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시지 않았다.

본교는 금년 처음으로 복지시설과 결연을 맺고 전 학급이 적어도 1회 이상의 봉사 위문 체험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2개 학급씩 위문단을 구성 매월 1회씩 시설을 방문 위문 및 봉사활동과 위문품을 전달하였다. 이번이 금학년도 마지막 학급의 체험활동이었다.

학생들은 적어도 2주 전부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연습을 하고, 위문품을 수집하고 방문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난생 처음 시설을 찾게 되는 것이다. ‘양로원’ ‘고아원’ ‘영아원’ 등 우리 주위에는 많은 시설들이 있지만 시설의 내부에 대해 관심을 갖는 학생들은 별로 없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 없었던 학생들이 성인이 된다고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어렸을 때의 체험은 자라는 동안에도 성인이 된 뒤에도 각별한 관심으로 남게 된다. 복지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사는 어려운 사람들에 대해 뭔가를 생각 할 수 있는 계기를 어렸을 때 만들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복지시설 봉사 위문활동’을 전학생들에게 체험하게 했다.

처음으로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 최선을 다해 장기자랑들을 했던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뿌듯한 보람이 가득 찬 것 같았다. 과자를 까드리고, 어깨를 주물러 드리면서 뭔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체험학습이 교육적 효과가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하였다.

항상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갖고 나눔의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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