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만들기 교육이 필요하다

2005.12.26 10:46:00

하얀 눈송이가 날리는 것을 창살 너머로 바라봐야만 하는 사람들이 같은 하늘아래서 살고 있다는 현실이 슬프다. 바로 교도소에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죄 값을 치루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피해 당사자들을 생각하면 그 정도 고생쯤은 견뎌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계획적으로 잔인하게 범죄를 저지른 살인범이나 잔머리를 굴려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경제사범들을 미워한다. 하지만 그 중 누구도 철창 안에서 사는 삶을 원하지 않았을 테고 어쩌다 순간적이거나 우발적으로 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 특히 힘이 약하고 경제력이 없는 여자들의 경우가 더 그러하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미평동에 여자 재소자들만 수용되어 있는 청주여자교도소가 있다. 그곳에 교도소에서 태어났거나 엄마 품이 필요한 아기들이 18개월이 될 때까지 재소자인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양육유아실이 두 곳 있단다. 사실 죄를 저질러 사회에 빚을 진 것은 엄마일 뿐 어린 생명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일반 재소자들의 거처와 다를 바 없지만 아기들을 위해 온돌마루가 깔려 있고 아기들에겐 쌀밥이 제공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장기수와 무기수들이 많은 교도소 내에서 이 아기들이 스타란다. 아기를 만날 수 있는 아침 운동 시간이면 수백 명의 재소자들이 서로 안아보기 위해 줄을 서고, 돌을 맞은 아기에게 돌상을 마련해 주려고 영치금도 모은다니 인간 본연의 선한 마음은 누구에게나 잠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삶이든 희망이 있어야 행복하게 되어 있다. 또 아기들은 누구에게나 희망이다. 아기들의 밝은 모습을 바라보거나 보드라운 볼을 비벼보는 것만으로도 재소자들은 가슴 속에 희망의 등불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18개월이 되어 아기들이 교도소를 떠나는 날엔 모두가 운단다. 평소 자유가 없는 환경에 잘 적응하며 순둥이였던 아기가 밖에 있는 가족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인계되는 순간에는 마구 울어대 한숨도 못잔 엄마와 재소자들, 직원들까지 눈시울을 붉힌다니 가장 슬픈 날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자식이 부모를 닮았다는 말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곳의 엄마들은 아기가 엄마를 닮았다는 말과 이곳을 나간 아기들이 커서 면회를 오는 것을 제일 싫어한단다. 그것만 봐도 죄 값을 얼마나 혹독하게 치루고 있는지,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업보가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들이 철창 안에서나마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은 밖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죄가 밉다고 사람까지 미워해서는 안 된다. 오늘 아침 불우한 가정환경을 원망하느라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주머니를 꽉꽉 채우다가 진정한 행복은 주머니에 담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래서 주머니가 없는 수의바지를 입어 마음이 더 편하다는 재소자의 글이 더 가슴을 울린다.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리거나, 높은 직위에 오르거나, 큰 행운을 가져다주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행복을 좇느라 안달하다 오히려 찾아온 행복을 하나, 둘 멀리 쫒는다. 하지만 행복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멀리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곁에 와 있지만 보이지도 않는다. 삶을 아름답게 할 때 스스로 만들어지는 게 행복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일수록 어릴 때부터 스스로 행복을 만들고, 찾아내게 하는 교육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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