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도 교육이다

2005.12.30 08:55:00

청소시간에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반쯤 열린 문짝 안쪽에서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청소하는 학생을 보았다. 고무장갑을 끼고 손잡이가 짧은 청소솔을 움켜 쥔 체 부지런히 변기주변을 닦고 있었다. 지금까지 삼십여 년을 화장실을 청소하는 학생들을 보았었지만 그렇게 진지하게 그렇게 열심히 청소를 하는 학생은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얘, 너 참 청소 열심히 하는구나. 네 이름이 뭐지? 너처럼 청소를 열심히 하는 학생을 처음으로 보았다.”

5학년으로는 키가 작은 편에 속하며 눈망울이 꽤 큰 순한 표정이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빙그레 웃으면서 일어섰다. 얼굴이 약간 불그스레 상기되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칭찬의 말을 듣고 흡족한 표정이 된 것이다.

“네, 김충렬입니다.”

머리를 쓰다듬고 칭찬해 주었다. 같은 청소 당번이던 학생들이 주변에 몰려왔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앞으로도 청소를 잘 할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했다.

초등학생들에게 화장실을 비롯한 학교교실 등의 청소를 시켜야 할까에 대해 두 가지의 견해가 팽팽히 맞선다.

우선 청소를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다. 청소도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이다. 청소를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교육적인 면에서 청소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지저분해진 생활공간을 스스로 정리할 줄 아는 정서를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혐오감을 느끼는 대상에 대해 잘 견딜 수 있는 적응력을 길러줄 필요가 있다고 한다. 집에서는 비질을 하기보다는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이고 손 걸레질보다는 자루달린 걸레질을 한다. 부모들은 화장실이나 지저분한 곳은 자기의 아들딸에게 절대로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 그러기에 청소를 직접 경험하게 할 수 있는 곳은 학교뿐이라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스스로 청소를 잘 할 수 있는 대학생에게도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혐오스럽고 힘들고 어려운 청소를 시켜서는 안 된다. 앞으로는 비질이 필요 없고 손 걸레질이 필요 없는 세상이다. 사용하지 않을 용구의 사용지도를 구태여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학교의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청소 담당자를 두지 않거나 용역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주가 많은 보수를 주면서도 직원들에게 청소를 시키지는 않는다. 하물며 어린 학생들에게 청소를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그러나 오늘도 학생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이 청소할 때 비질하는 모습을 보면 가관이다. 쓰는 건지 흩뜨리는 건지 알 수 없다. 허리는 곧게 편 체, 빗자루 끝부분을 겨우 잡고, 바닥에 비가 닿는 둥 마는 둥 쓸고 있으니 쓸어 지지 않는다. 화장실을 청소할 때는 수도꼭지에 끼운 호스로 여기저기 물만 뿌린다. 청소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눈가림식으로 하는 것이다.

기왕에 하는 것이라면 제대로 하도록 지도해야할 필요가 있다. 청소활동을 통해 참고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을 길러 주고, 마친 뒤 깨끗함과 편안함과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하여 바람직한 정서를 함양하도록 해야 한다.

며칠에 한번씩이라도 선생님과 같이 하는 청소활동 속에서 바른생활습관 형성과 정서순화가 잘 이루어 질 것이다. 선생님의 현장지도와 즉석칭찬이 교육적 효과가 크다. 자신의 노력으로 깨끗해진 대상을 바라보면서 힘든 노동에 대한 참다운 보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속적인 선생님의 사제동행, 임장지도가 필요하다. 더 많은 ‘충렬’이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청소도 교육이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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