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미'에서 眞이 앞에 온 이유

2006.01.01 16:50:00

진선미를 순우리말로 바꾸면 ‘참’과 ‘착함’과 ‘아름다움’ 이라고 할 수 있다. 진선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스코리아를 떠올릴 것 같다.

3위 미(美) : 외모가 뛰어나다.
2위 선(善) : 외모도 뛰어나고 내면적인 아름다움도 갖추었다.
1위 진(眞) : 외모도 뛰어나고 내면적인 아름다움도 갖추었으며, 지성미도 갖추었다.

미스코리아대회에서 그 해 가장 아름다운 미인을 선발하여 진선미 순으로 상을 주기 때문에 미인선발대회에서 쓰는 용어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유럽의 고대와 중세의 철학적 전통이었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미와 선을 합하여 <아름답고 선한 것(kalokagathon)>이라는 합성어가 되었는데 이것은 자연적·사회적·윤리적 탁월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진선미 셋을 병치한 것은 근대에 와서의 일이며, 직접적으로는 칸트철학의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칸트철학의 소개자였던 프랑스의 강단철학자 V. 쿠쟁은 《진선미에 대하여(1853)》라는 저서를 남겼고, 신칸트학파에서는 진선미가 그 철학의 상투어가 되었다. 이 말이 한국으로 이입된 것은 신칸트학파의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야후 코리아 사전 참조>

우리 교육에서도 진선미를 추구하는 덕목으로 삼고 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참 보다는 거짓이 판을 치고 선보다는 악이 선을 비웃기라도하는 사회현상, 미를 추구하는 세상풍조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가공의 美 가식의 美가 판을 치는 세상이 되어 어느 것이 참다운 아름다움인지를 분간하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니까 착함도 아름다움도 진실 된 것이라야 그 가치가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가르치는 교육이야말로 거짓이 발을 붙여서는 안 된다. 오직 진실만을 가르치고 진실 된 마음이 통하며 진실 된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황우석 교수팀의 논문과 같이 공적이나 명예심에서 유발되는 진실 되지 못한 거품일랑 새해엔 말끔히 제거되어야 우리 교육의 미래가 있다고 본다.

우선 우리나라의 가정교육을 살펴보면 아이들에게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친구들을 누르고 앞서야 한다는 어른들의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경쟁에는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이 있다. 규칙을 지키며 정정당당히 경기를 하여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정신을 본받아야 하겠다. 그렇지 못한 경쟁에서는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회,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사회가 되면 진실이 아닌 거짓이 진실을 가리는 불신의 사회가 될 것이다. 거짓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그것을 회복하기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고 이런 현상으로 인한 사회적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직성으로 서로 믿고 사는 사회가 삶의 보람을 얻을 수 있고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진(참)의 가치가 매우 소중한 것이다.

학교교육에서도 시험 부정을 저지른다든지 친구를 속이거나 거짓으로 숙제를 해온다든지 하는 가식이 존재하였다면 이를 말끔히 씻어버리고 새해엔 眞만 통하는 학교교육이 정착되어야 하겠다. 어른이나 선생님들이 아이들과의 약속을 꼭 지켜서 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신뢰는 한번 허물어지면 다시 쌓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진선미에서 진이 앞에 온 이유를 되새기며 정직, 참, 진실 된 병술년 새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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