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아침에

2006.01.01 13:28:00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이건만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세상살이가 엄마 남지 않은 노인들이 세월의 흐름을 더 절실히 느낀다니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나이를 탓할 때도 아닌데 참 세월이 빠르게 흘러갔다. 특히 남들이 지천명이라 부르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하루하루가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다사다난했던 2005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오늘 지난 일년을 뒤돌아본다. 여러 가지가 떠오르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 논 일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금연에 성공을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본인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라도 건강을 지키는 일이 가장 소중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많이 피워대던 담배를 단칼에 끊겠다고 결심한 그자체가 가상한 일이었다. 꼭 1년 전인 1월 1일 새해를 맞으면서 실천에 옮긴 후 흡연에 대한 욕구를 이겨내느라 고생을 참 많이 했다. 금단현상으로 인한 고통이 흡연 기간에 비례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느라 아내에게 투정도 많이 부렸다. 그래서 남들에게 흡연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이 투정을 다 받아준 아내였다고 말한다.

오죽 고생을 했으면 선뜻 남들에게 금연을 권유하지 않는다. 다만 ‘금연을 하면 이런 점이 좋다.’는 것만 말한다. 금연을 하는 방법도 많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자기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했다. 물론 흡연 욕구가 더 심한 술자리 등에서 주변 사람들이 담배를 권하지 않아야 한다.

오늘 아침 희망을 가득 안은 병술년 새 아침이 밝아왔다. 작년과 같이 아내 앞에서 몇 가지 다짐을 했다. 그중 하나가 어떤 일이 있어도 술자리를 2차까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이사람 저사람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엉덩이가 무겁다보니 술자리가 길어지기도 한다.

탈이 없다면야 무슨 상관일까만 하나, 둘 몸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그동안 많이 마시기도 했지만 나이를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예전보다 훨씬 일찍 술이 취하다보니 필름이 끊기기도 한다. 숙취로 고생하는 날도 있다.

흰머리가 늘어나고 탈모증세까지 있는데 음주습관에 변화가 없으니 아내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소주잔을 앞에 놓고 인생살이를 음미하거나 개똥철학을 읊는 재미를 왜 모를까? 하지만 아내에게 술자리를 줄이기로 했던 약속만은 꼭 지키겠다.

세월만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먼저 주어진 환경에 감사해야겠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것이더라도 나 때문에 내 주변사람들이 마음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우리 반 아이들을 사랑하는 일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아야겠다. 그래서 올 연말 일년을 뒤돌아볼 때는 잘 살았다는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어야겠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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