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직을 흔들었던 화두(話頭)중 하나는 뭐니뭐니해도 혁신일 것이다. 혁신(革新)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革은 가죽, 피부 등을 뜻한다. 한마디로 살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다소 무서운(?) 뜻이다.
갑자기 혁신이라는 단어에 장광설을 늘어놓느냐면 우리가 소속해 있는 교육계의 혁신이라는 것은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학교의 교원이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을 그저 남의 집 불난 듯 구경한다면 구태(舊態)는 영영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무조건적인 혁신의 도도한 흐름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해서 싹 갈아 버리고 없애자는 혁명(革命)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예들 든다면, 아무리 삭막한 세태이더라도 계속 끈끈히 남아 있어야 하는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 서로를 챙겨주고 조금씩 양보하는 따뜻한 마음 등은 길이 보전하고 계승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조직문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문화를 악용하여 黨同伐異식 패거리 문화 등은 바로 우리가 없애야 할 구태인 것이다.
필자가 속해있는 교육청 뿐만 아니라 전국 시도교육청에는 현재 혁신팀이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다. 비록 한시적 기구일지언정 나름대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담당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닌 모양이다. 처음에는 혁신이라는 분위기가 맹렬히 불어 어느 정도 추진이 잘 되고 있었는데 요즘은 조금 시들한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필자도 시교육청에서 혁신부서와 관계없지만 일정한 업무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때로는 혁신팀의 존재가 귀찮고 짜증나게 여겨진 경우가 있었다. 무슨 사안에 대해 검토해라, 무슨 사안에 대해 혁신안을 내라, 무엇을 어떻게 바꾸라는 등 심신을 피로하게 한다. 기한을 촉박하게 정해서 언제까지 무엇을 창안해서 내라, 공문서를 감축해라, 일하는 방식을 바꿔라는 등 이루 셀수 없다. 심지어 내가 낸 아이디어를 해당 부서 담당자인 본인이 검토하라는 부메랑되어 돌아오는 촌극마저 벌어진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바뀐 그러한 업무체계가 내부 교직원을 포함하여 학부모, 학생에게 편리함을 주고 있는 결과물을 보면 내심 가슴이 뿌듯해 진다. 이러한 것이 혁신이라는 것을 추진하는 근본 이유가 아닐까?
이제 이 글을 쓰는 이유를 밝히고자 한다. 그것은 교원이 나서야 진정한 혁신이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청 홈페이지에는 혁신아이디어방이라는 것이 운영되고 있다. 교직원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를 올려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기도 하고, 해당 부서에서 검토해 본 후 좋다고 판단되면 직접 시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올라온 것들을 보면 거의다 행정업무와 관련된 것들이다. 시시콜콜한 공문서 감축, 간단한 업무개선 등 사소한 업무일 뿐이다. 물론 그러한 작은 것들을 바꿔 점차 큰 것을 움직이는 것도 분명 혁신이다. 하지만 우리 교육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 개혁에 관한 혁신아이디어가 없다. 우리 교육계에 존재하는 많은 문제점이 있을 터인데 바꿀것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바꿀 필요가 없어서 인지 자못 궁금하다. 교단에 서느라 아이디어 낼 시간도 없고, 내봐야 채택도 되지 않거나 시행되지 않아서 냉소주의에 빠져 그런지 모르겠다.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 노무현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교육 혁신이라는 것이 어느 한 두달 생각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더라도 바꿀것은 과감히 바꾸고 공론화 시켜서 토론해야 할 것은 토론해야 한다. 마음속에 담아 두지만 말고 과감히 밖으로 드러내어 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원이 나서야 진정한 교육 혁신이 이루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