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 전주 교원 테니스동호회 교류

2006.01.08 08:29:00

찬바람이 얼굴을 스치는 이른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전주를 출발하여 3시간 이상 주행, 말로만 듣던 경상도의 ‘상’자에 해당하는 상주에 도착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상주라서 시의 구모가 꽤 클 것으로 생각했지만 깨끗하고 단순한 주거중심, 문화중심의 아담한 고을이었다. 주변이 확 트인 넓은 대지 위에 상당히 큰 규모의 상주모초등학교로 들어갔다. ‘상주구합회’ 테니스회원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면서 학교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환 전주굿프랜드 · 상주구합회 친선 교류 대회 영’ 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우리 일행을 반겼다.

우리 일행 12명 중 어느 누구도 상주에 가 본 사람이 없었다. 대부분 유명 관광지나 큰 도시를 다니다 보면 스쳐 지나치기라도 했을 법한데 그런 경험조차 없는 것을 보면 참으로 방문하기 어렵고 인연이 없는 지역이라고 생각되었다.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주변에는 온통 높은 산들로 에워싸인 도시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먼발치로 낮은 산들이 약간 보일 뿐이었다. 시내 전체의 지대가 평평하여 높은 건물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인구 11만 명의 작은 고을이며 三白(흰쌀,고치,곶감)의 고장이란다. 쌀이라면 호남평야를 비롯한 너른 평야지대만을 생각했는데 상주 쌀이 유명하다니 의외였다.

몇 개월 전 교육부 주관 혁신관리자 연수회에서 전주굿프랜드 김모 회원과 상주구합회 권모 회원께서 2주간 같은 방에서 하숙을 하게 되었다. 두 분은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우의를 돈독히 하던 중 각자 소속된 테니스 동호회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됐고 서로의 친교를 도모하기 위해서 상호 방문 친선 교류 대회를 갖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 오늘 상주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이 50대인 교장, 교감, 장학사 및 부장교사들이 회원이고 테니스를 비롯한 배구 등 스포츠라면 못하는 종목이 없을 만큼 운동소질과 기능이 우수한 두 클럽 회원들이었다. 오전에는 5세트의 배구 경기를 하였다. 전주굿프랜드회원들은 테니스 클럽이지만 전주시 배구클럽대항전에서 우승했던 전력이 있을 만큼 배구도 잘하는 팀이어서 일방적으로 이겼지만 상주구합회원들의 실력도 만만치는 않았다.

상대 회원들과 마주 앉아 많은 얘기들을 나누면서 점심을 먹고 테니스장을 향했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햇살은 따사롭게 내리 쬐었지만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며 넷트 그물망을 흔들어 댔다. 운동장의 흙먼지를 몰고 오는 겨울바람 속에서 테니스 게임을 하였다. 60여 년 만의 폭설 때문에 한동안 테니스를 하지 못해 몸이 무겁긴 했지만 비슷한 실력끼리 화기애애하게 우의를 다졌다. 상주시의 초등학교에는 대부분 테니스장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어느 지역보다 테니스 동호인들이 많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상주회원들께서 정성을 다해 친절하고 다정하게 맞아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찜통속의 대꼬챙이에 낀 따끈한 어묵이 추위를 쫓아 주었고 온갖 양념 넣은 국물 맛이 일품이어 몇 잔 소주에 얼큰하고 푸근한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국물 속에 커다랗게 썰어 넣은 무 덩어리도 양념 맛이 잘 베어 별미였다.

나는 가끔 영·호남의 지역감정을 생각하곤 했었다. 지역감정의 발생 원인에 대한 많은 의견들이 있지만 가장 으뜸 원인은 치졸한 정치인들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 조장되었다고 한다. 내가 어렸을 때의 선거 결과는 보통 ‘野都與農’이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투표결과가 지역적 정서가 결집되는 ‘영남당’ ‘호남당’으로 확실하게 구분되는 지역을 볼모로한 정당이 생기게 된 것이다. 지역 정서를 자극하여 표를 많이 얻으려는 정치인들의 술수에 골 깊은 지역감정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오늘과 같은 작은 교류들의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같은 민족이며 같은 국민이라는 정서를 키워 국력을 한데 모아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해야겠다. 소모적인 군중심리적 지역감정을 청산하여 지역을 기반으로 편 가르기 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단 두 사람의 작은 인연으로 40여 명 모두가 친교를 다지고, 정을 나누고, 서로 감사하고 고마워하며, 다음의 만남을 약속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 것처럼 모든 호·영남인들의 가슴 속에 민족 사랑의 한 마음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40명이 수백 명으로 확산되고 그 수백 명은 다시 수만 명으로…….특히 교사들의 모임이기에 학생들에게 까지도 교육적 확산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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