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으로서 선생님들이 고마울 때

2006.01.08 21:23:00


교감으로서 선생님들이 고마울 때가 있다. 수련회, 수학여행, 졸업여행 때 인솔 책임자로 떠나는 교감 심정, 선생님들은 알고나 있는지? 권한은 별로 없고 책임만 막중한 외로운 신세이기 때문이다.

그저 2박3일 무사고만을 간절히 기원한다. 그렇다고 무미건조한 프로그램을 고집할 수도 없고하여 이왕 하는 것 분위기 띄우기에도 한 몫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다행히 센스 있는 선생님들은 교감의 이런 심정을 알고 교감과 호흡을 맞추어 학생들에게 아름다운 학창시절의 한 장면을 만들어 준다.

작년 12월 하순, 졸업여행 때도 그랬다. 제2일 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는 진행자에게 부탁하여 교감의 특별 출연 순서를 넣었다. 교감은 망설인다. '이번에는 어떤 장기(長技)를 보여 줄까?' '신세대 눈높이에 맞출까 아니면 기성세대 문화를 그대로 보여 줄까?' 자칫 잘못하여 훈화를 하든가, 말이 조금만 길어지면 분위기는 '착' 가라앉는다. 말은 짧게 하고 행동으로 분위기를 살려야 하는 기지가 요구되는 것이다.

학생들이 잘 놀 줄 모르는 경우에는 노는 것 시범을 보이고, 잘 놀 경우에는 분위기를 한층 상승시켜야 하는 임무를 띄는 것이다. 이번 3학년은 2학년 수학여행 때 너무나 소극적이어서 선생님들이 분위기를 살리느라 애 먹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래서 교감도 일부러 앵콜까지 하여 분위기를 띄웠었던 것이다. 그러나 1년 사이, 학생들 많이도 자랐다.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 정도로 성장한 모습이 보인다.

교감이 노래를 시작하자 감각 있는 선생님들이 뛰어나와 '백 댄서' 역할을 자청한다. 학생들 환호가 이어지고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선생님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교감의 마음을 읽고 외로운 무대를 풍성하게 하여 주고 학생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것이다.

성숙한 직장인은 조직체에서 '행복'을 창출할 줄 안다. 맡은 바 일에 자신감, 자부심, 자긍심을 갖고 충실하면서 목표를 달성한다. 인간관계 또한 잘 맺는다. 더 나아가 여유가 있는 사람은 '또 다른 외로움을 겪고 있는 상사'에게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대접할 줄 안다. 그는 직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걱정과 외로움이 더해가는 것을 이해하는, 스스로 마음의 여유와 배려를 찾을 줄 아는 행복한 직장인인 것이다.

지난 졸업여행, 행복한 선생님들이 있어 함께 행복했다. 콘도에서의 2박3일 독수공방, 전혀 외롭지 않았다. 선생님과 함께 행복한 추억의 한 장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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