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시범운영해 보니

2006.01.17 11:39:00

전국의 48개 시범학교를 선정해서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교원평가제 시범운영에 대한 중간평가가 나오고 있다. 어제와 오늘 일부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가 나왔다. 대부분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일부라고 표현은 하고 있지만, '교사의 인기투표'나 '교사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는 대목은 그냥 넘기기 어려운 대목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 없이 5단계로 점수만 표기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그냥 좋아하는 선생님에게는 높은 점수를, 그렇지 않은 교사에게는 낮은 점수를 주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12월에 시작해서 벌써 중간평가 형식으로 교원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는 그 자체이다. 12월 하순에서 12월 말경이면 대부분 학교들이 겨울방학을 시작하는데, 그 사이 학부모나 학생, 그리고 해당학교 교사들에 대한 충분한 사전 교육이 가능했겠느냐는 것이다. 그 기간이라는 것이 채 1개월도 안되는 기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냥 시범학교로 선정되고 나서 빡빡한 일정에 따라 형식적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슨 시범운영을 1개월도 채 못한 상태에서 평가지를 만들어 평가를 한다는 말인가? 최소한 교육부 차원의 시범운영이라며 2년 이상은 해야 뭔가 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올해 1학기까지 운영하면 시범운영이 끝날 것이다. 지금껏 시범학교에서 운영결과가 나쁘게 나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보고서가 나오게 마련이다. 그것을 토대로 교원평가를 강행하려 할 것이다. 시범운영의 성과가 좋았기 때문이라는 명목만으로...

또하나 이번의 언론보도에는 '학생과 학부모 80% 이상이 교원평가가 필요하며 수업의 질 향상이나 학생지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이것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이미 학부모와 학생들은 많은 찬성을 했다는 것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내용을 정확히 모르고 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찬성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번의 사학법도 마찬가지이다. 국민들의 반수 이상이 찬성이라고 한다. 새로운 사학법과 이전의 사학법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사학은 왜 건학이념이 지켜져야 하는지 국민들이 알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순히 찬성이냐 반대냐 에서는 뻔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범운영이 시범운영이 아닌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전교육없이 실시된 시범운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생들이 정말로 진지하게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다. 한 과목의 선생님도 아니고 전 과목의 선생님을 모두 순식간에 평가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억지로 꿰맞추는 교원평가 시범운영, 당장 중단해야 한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제로 상태에서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맞춰놓은 일정에 억지로 맞추려는 교원평가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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