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 상자를 닫을 때가 되었다

2006.01.14 13:07:00

우리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황우석박사의 논문조작 파문을 지켜봐야했다. 과학적인 규명과 진실만 존재해야 하는 생명과학자로서 한때는 국민영웅으로 대접받았던 황박사가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왜곡된 부분인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지루하게 진실게임이 이루어지고 있어 답답하기도 하다.

한편 각종 매스컴에서 쏟아내는 소식들을 접하며 ‘호기심에 열었던 상자 안에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 온갖 악(惡)들이 쏟아져 나와 인간이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희망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전에 급하게 뚜껑을 닫는 바람에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는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이러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희망마저 밖으로 뛰쳐나올까 걱정도 된다.

누구에게나 희망이 있어야 즐겁다. 그런데 이번 사건과 국민들의 반응, 매스컴의 태도를 보며 뭔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했다. 더 큰 희망과 더 밝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그중 몇 가지를 짚어본다.

진실성은 부족하고 명예욕만 강했다. 사이언스지에 논문이 발표되면서 온갖 명예를 누렸던 그 많은 공동저자들이 나는 그 부분에는 관여하지 않았고 이름만 빌려줬다며 발뺌하는 모습을 보라. 진실이 생명인 학자들이 서로 속았다거나 속였다고 손가락을 상대에게 향하는 추한 모습은 또 어떤가? 누리는 만큼 책임이나 의무가 커지는 게 명예라는 것을 더 잘 아는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민망하다.

충격요법만 통했다. 그동안 각종 매스컴에서 작은 이야기에는 귀 기울이지 않도록 국민들을 길들여왔다. 그러다보니 충격을 줘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뭔가 더 큰 건을 터뜨려야 한다. 그게 매스컴의 사명이자 고민이라는 것을 논문조작 파문에 대한 MBC의 PD수첩이나 YTN의 특집방송이 잘 보여준다.

조급해서 말이 말을 만들었다. 황우석박사나 노성일이사장 주변 사람들이 연일 쏟아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실을 호도하기도 했다. 어쩌면 매스컴에서는 수시로 바뀌는 그들의 말들을 특종이라도 되는 양 다 믿으면서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자충수를 두었고, 국민들은 개인의 판단보다는 매스컴에 의존하며 말을 만들어 내는 우를 범했다. 좀더 시간을 두고 하나, 둘 분석하면서 원인과 결과를 찾아볼 만큼 여유가 없었다.

편 가르기 하느라 아래위가 없었다.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다수가 소수를 억누르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힘이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고 소수의 의견이 존중될 때 참다운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이다. 내 의견과 다르다고 무조건 폭력적인 언어로 공격하거나 잘못으로 매도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며 수용할 때 내 의견도 존중된다. 네티켓이 상실된 한풀이마당에서 서로 상대를 헐뜯느라 기본적인 예의가 없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다른 사람들보다 관심과 애정, 안타까움이 많은 사람들인데 황까면 어떻고 황빠면 어떤가?

이제는 희망이 가득 들어있는 상태로 판도라의 상자를 닫아야 할 때가 되었다. 진실규명을 이쯤에서 중단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되도록 빨리 마쳐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려 있는 논문조작 파문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루빨리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최고임을 자랑하는 우리의 젊은 과학도들이 좋은 환경에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할 것 아닌가? 이번 사건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것 아닌가?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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