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청소, 용역화하자

2006.01.17 08:48:00

학교 사회가 가면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 경찰이 학내에 거주하여야 하는 지경에 이른 현 시점에서 학생들의 생활 지도는 이미 교사의 손을 떠난 것 같다. 머리가 길다고 교사가 머리털을 가위로 잘랐다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울려 퍼지게 한 후. 지금 학교에서는 두발에 대한 지도가 유야무야 되고 있다.

특히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나 두발에 대한 존엄한 가치가 있는 양, 교사들의 지시에 거부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학생들이 도맡아 하던 청소는 이제는 대학 입시에 필요한 학생들의 나눠 먹기식 형태로 전개되고 있어 교사가 청소를 지도하는 것도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율적으로 청소를 하여야 하고 협동심을 길러가는 봉사 정신으로 이루어져야 할 청소가 “나는 대학 입시에 봉사 점수 필요 없어” 하는 학생과 “나는 점수 다 채웠어” 하는 학생들은 학교 청소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교사가 휴지를 주워 지나가는 학생에게 주어도 “내가 왜 버려야 하느냐”고 대꾸하는 학생들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 사회가 이기적인 풍토로 돌변해짐에 따라 거기에 나타나는 부수적인 일들도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무관심으로 일관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지나가는 교사에게 인사하는 것이 아부라는 말도 어제 오늘에 사용되고 있는 용어가 아니다. 7차교육과정에서 나타난 학습자 중심의 수요자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기만의 선택권이 마치 신이 내려준 특권인 양, 안하무인격이다.

청소를 시키기가 두려워져 가는 학교 현실, 내가 할 일 아닌데, 왜 내가 해야 하느냐는 식의 사고가 어느 듯 우리 곁에 와 있는 것을 느끼면서 청소도 이제는 용역화 시대로 접어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뇌리에 와 닿는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학생은 스스로 자기가 대학에서 요구하는 연간 20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할 뿐이다. 진정 자신이 학교를 위해서, 무엇을 얻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렇기에 그 학생이 아니면 어느 학생도 화장실 청소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청소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한 점이라도 더 얻으면 된다는 사고에 수단과 방법은 어떠해도 상관없다는 문화지체의 몰사고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오늘의 학교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청소 용역 회사에 전화를 걸어 지금 청소를 용역화하고 있는 학교가 몇 곳이나 되는 지를 알아 보았다. 수원에 있는 모 용역 회사에서는 아직 중․고등학교에서는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행해지다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고 했다. 교육 재정이 빈약한 현실에서 학교 청소까지 용역화하자면 얼마나 많은 교육 재정이 필요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상상으로는 다 헤아리기에는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학교 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현실을 보면 학교 청소 시간에 동료 학생들 간에 알게 모르게 충돌은 일어나고 있다. 서로 미루고 서로 외면하는 가운데 지도 교사의 지도가 소홀한 틈을 이용해 그들 간에 알력은 결국 학교 폭력의 시간으로 변질될 우려를 더욱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학교 사회의 청소 용역화는 지금부터 서서히 부분으로나마 전개되어야 학교 사회의 올바른 환경 문화가 정착화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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