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엔 이런 교육을

2006.01.28 08:23:00

우리나라의 가정교육에는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것이 있다. 농경사회였던 50-60년대만 해도 3대 이상이 한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생활이 복잡하고 불편했지만 가족애를 느끼며 눈에 보이지 않는 위계질서 속에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살았다.

산업화로 접어들면서 핵가족화에 가속이 붙어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이 보기 드물게 되었다. TV와 컴퓨터가 가족과의 사이를 벌려 놓았다. 그런데다가 한 가족이 밥상을 놓고 식사를 함께하는 기회가 생신, 제사, 명절 등 손꼽을 정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밥상머리 교육도 사라지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가정교육이 매우 중요한데도 자녀들의 생활예절교육마저 하지 않는다면 가정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이제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온다. 외지에 사는 가족과 친인척들이 모여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고 웃어른께 세배도 드린 다음 성묘도 가고 명절음식을 나누어 먹고 전통놀이를 즐기는 이런 기회를 밥상머리 교육을 대신하여 효와 예절을 지도하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조상의 뿌리찾기교육은 차례를 올린 다음에 집안의 어른이 지도해주시면 이보다 좋은 체험교육이 없을 것이다. 가풍이나 가훈을 가르치는 기회로 삼으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예절교육도 큰절과 평절 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고 우리의 옷인 한복을 입는 법도 가르칠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었던 떡국, 다식, 강정, 식혜 등 전통음식에 대한 교육도 체험을 하면서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또한 친척이 모인 자리에서 촌수를 일러주며 계촌법도 가르칠 수 있고 일가친척과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전통놀이인 윷놀이를 하면서 온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가족과 친척 간에 정이 돈독해질 것이다.

예전처럼 이웃 어른들께 세배는 못 다녀도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드리는 교육 등은 학교에서는 가르칠 수 없는 가정교육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조상님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는 것은 후손의 도리이면서 자긍심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교육은 한꺼번에 하기 보다는 명절 때 마다 반복교육을 하면서 집안어른의 설명과 시범을 보여주며 가르쳐야 한다.

돌아가신 조상의 업적이라든지, 생전의 생활이야기 같은 것들을 전해주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과 친인척에 대한 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만의 아름다운 전통과 풍습을 대대로 이어갈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이번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자녀들에게 의도적인 가정교육을 하면 존경받는 어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설 명절에 모든 가정에서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면 자녀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될 것이며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10시간 이상 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우리 사회는 보다 밝아질 것이며 이웃을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게 되는 가정교육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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