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 살 더 먹었어요.

2006.02.02 15:07:00


겨울방학 . 운동장엔 찬바람이 지나갑니다. 아침해가 기울면 어김없이 삼총사가 찾아옵니다.

마을에 같이 놀 사람이 없는 기복이가 먼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납니다. 기복이가 왔다 갔다 하는 소리에 끌려 학교 옆에 사는 경태가 동생 광태를 데리고 나타납니다. 둘이는 신나게 자전거를 타고 교사 주위를 맴돌고 아직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유치원생 광태는 형들 뒤를 부지런히 쫓아 다닙니다. 소란스러움과 반가움에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나가봅니다.

"야 니네들 떡국 먹었니?"
"네"

씩씩하게 대답하며 다가옵니다. 추워서 콧물이 흐르고 살갗은 움츠러 들었건만 학교에 와야 친구 얼굴을 볼 수 있으니 기복이와 경태는 마냥 좋습니다. 그리고 대뜸 자랑을 늘어 놓습니다.

"선생님 삼촌이 동화책 두권이나 사 주셨다요."
"선생님 나는 받아쓰기 19차 까지 했다요."

그럼 유치원생 광태는 무슨 자랑을 했을까요?

"선생님 나 팔 또 수술해야 된다요"
"헉!"

광태가 내민 팔뚝은 반대로 굽어져 있었습니다. 추운데 그네를 타다가 떨어져 그랬답니다. 너누나 놀랍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광태는 오랜만에 만난 형아의 선생님께 드릴 소식이 그것 밖에 없었습니다.

도회지의 깨끗한 아파트에서 엄마, 아빠 보살핌속에서 뽀얗게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 삼총사 처럼 어른들의 손에서 방치되다 시피 추운 바람 속을 뚫고 잡초러럼 자라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농촌은 점점 외롭고 따분하지만 컴퓨터에 찌든 아이들 보다는 오늘 이들의 이빨 빠진 해맑은 웃음이 참으로 예쁩니다.
최홍숙 청송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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