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을 환영한다

2006.02.04 08:56:00

천재 소녀 골퍼 위성미(고2)가 한국의 고교생이라면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 억지로 가정해 본다면 학교 공부에는 신경을 별로 쏟지 않고 돈과 명예가 걸린 골프에만 전념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기간 중에도 그는 학업과 골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고 한다. PGA 소니오픈 기간에도 대회에 출전한 뒤 학교로 돌아가 미적분학 예비 수학시험 준비를 했다. 그는 앞으로도 학기 중에 열리는 대회 대신 가급적 방학 기간에 개최되는 대회에 우선적으로 참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교육부의 지침에 따르면 운동선수라 하더라도 전국대회는 수업 중 연 3회까지만 출전할 수 있고 초등학생은 정상수업, 중ㆍ고교생은 ‘반드시’ 오전수업 참여를, 또 수업일수 7일 이상 결손대회는 참가를 지양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를 옳게 지키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경험에 의하면 수업은커녕 아예 등교조차 하지 않는 선수도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 학교의 운동선수들 중 대부분은 '학생선수'가 아니라 그저 '학교에 적을 둔 운동선수'일 뿐이다.

수업 시간에도 운동선수는 거의 예외로 대접받는다. 어쩌다 수업에 참여한 날에도 대부분 수업활동 참여는 고사하고 운동복 차림에 교과서 등 여타의 수업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계속되는 훈련으로 늘 피곤하여 처음부터 엎드려 자고 있어 왈가불가 하다가는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만 침해받으므로 교사들도 묵시적으로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이제 '공만 찰 줄 아는 축구선수', ‘운동 외에는 학교수업 무관심한 학생’이 사라질 지 기대가 된다. 교육부가 주중에 대회 참가를 이유로 선수들이 수업을 빠지지 않도록 수업 손실이 적은 토·일요일에만 거주지 근처에서 경기를 갖도록 한다는 것! 이럴 경우 전국의 모든 학교가 한 곳에 모여 장기간 대회를 치름으로써 수업결손과 과다 경비 지출이라는 고질적인 폐해도 다소 해소될 전망이어서 크게 환영할 일이다.

먼저 대한축구협회가 올해를 '공부하는 축구 원년'으로 정하고 초·중·고교 전국대회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각종 대회를 시·도별 상설 주말리그로 통합 운영키로 결정했으며 점차 다른 종목에도 파급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을 위하여 시급히 선행되어야 할 과제는 현행 대부분의 종목이 전국대회 4강 또는 8강 이상 진출해야만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체육특기자 실적 제도를 폐지다. 여기에 학교마다 육성종목이 지정되어 실적을 올려야 하는 중압감까지 겹쳐져 결국 개인의 장래와 학교의 명예 때문에 ‘학교에 적을 둔 운동선수’라는 위치는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 선수들이 학업을 비롯한 여타 교육활동을 내팽개치다시피 하면서 대회에 참가하거나 훈련에 몰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운동선수들은 외국과는 달리 운동으로 성공하지 못했을 경우나 선수 생활이 끝난 훗날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정상적인 학교생활은 제쳐두고 학창시절의 대부분을 운동만 하며 보냈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고의 여자농구 스타였던 박찬숙 선수가 가장 후회되는 것이 학교 친구들과 소풍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것이라고 한 말에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교육부와 일부 경기단체의 ‘공부하는 운동선수’ 육성 계획을 크게 환영하며 축구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 파급되어 공교육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기여하길 바란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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