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구나!

2006.02.15 20:41:00


한류의 물결이 뜨겁다.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가수나 탤런트들이 한류의 물결에 편성해 그 활동 폭과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보아, 배용준, 이병헌, 김희선 등 내 노라 하는 일류 가수나 탤런트들이 경쟁이나 하듯 일본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의 나라에서 그들의 활동상을 뽐내고 있다.

이쯤에서 우리는 한 번 한류라는 정체에 대해 의문을 가질 만하다. 도대체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의 여러 나라들이 왜 한국의 대중문화에 그렇게도 열광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상만을 알고, 그 현상의 기저에 내재한 근원적인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면 이는 필시 한류를 일시적인 문화의 한 피상적인 현상으로만 보고 넘어갈 수 위험성이 있다.

도대체 한류가 뭔가?

<동아시아의 문화 선택 한류>는 이 물음에서부터 한류에 대한 근원적인 모습을 찾아간다. 저자는 책머리에서 ‘한류의 존재 자체 여부’, ‘한류가 지속되고 있는 원인에 대한 존재 규명’, ‘한류가 동아시아에서 가지는 위상의 문제’를 들고,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의 과정이나 경로로서 이 책의 전체 성격을 규정짓는다. 그러면서 저자는 한류를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한류란 우리가 식민지, 분단, 파행적 자본의 세월을 견뎌, 주변부에서 반주변부로 가까스로 수직이동, 중심부의 배제와 착취의 논리를 피눈물로 익히며 자본의 세계화라는 각축 속에서 겨우 따낸 상가 입주권, 세계 문화시장이라는 쇼핑몰에서 어렵사리 연 작은 점포, 혹은 방금 찍은 명한 한 장에 다름 아니다.”(p42)

곧 한류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거대 자본주의하에서 겨우 자본주의 틀을 도입해서 만든 하나의 문화산업의 일개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세계화라는 거대한 미국 중심의 물결 속에서 한국이 건져 낸 세계화의 일개 작은 문화적 파편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처럼 저자는 한류라는 현상을 거대한 세계화, 자본화의 종속물로 파악하고 있으며, 나아가 한류가 동아시아의 문화적 연계와 관계망으로서의 진정한 주체적 역할보다는 미국과 일본 중심의 문화 산업화에 힘입고 있다는 점을 암암리에 드러내고 있다.

문화산업으로서의 한류가 가지는 의미
한류가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 아니 문화적 산업의 모양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일부 특정 연예인들이 일부 동아시아 나라에서 누리고 있는 인기의 비결은 다름 아닌 한류의 또 다른 모양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한국에서는 일부 특정 나라의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그들의 기호와 취미에 맞는 다양한 이벤트나 문화적 상품을 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문화적 현상을 다음과 같은 비판의 말로 대신하고 있다.

“모방하기식 대체문화로 미국식 대중문화의 중역을 거친 한국문화가 대만 혹은 홍콩식 정화를 거쳐 중국 사회에 무리 없이 소화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중국에서의 한류는 사회주의 이후의 문화적 공백을 잠정적으로 대체하는 효과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p184)

저자는 특히 중국의 한류 열풍에 대한 모습을 우리의 주체적인 문화 현상으로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과도기적 문화적인 현상으로 읽어냄으로써 그 피상성과 한시성의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앞으로 한류라는 실체가 어떤 식의 문화산업으로 편성되어가야 할지에 대한 언급도 놓치지 않는다.

“한류의 문화산업 시스템은 이처럼 다원공존의 수평적인 문화생산과 유통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가운데 지역 내 문화 불균형 구조 및 세계 문화의 비대칭성을 끊임없이 문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비대칭적인 구조를 만드는 장본인에 대항하여 끊임없이 전선을 설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p242)

또한 앞으로 한류가 나아가야 할 문화적인 방향과 동아시아에서 한류를 통해 한국이 정립시켜 나가야 할 지정학적 고민과 사색도 아울러 이 책은 제시하고 있다.

한류 흘러 동아시아 바다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일관되게 한류에 대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 문화적인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즉 그 연원이야 미국이나 일본의 자본주의적인 속성을 그대로 받은 천박함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동아시아 일대를 관통하고 문화적 현상으로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분명 그 가능성의 잠재태를 안고 있음을 직시한다.

또한 일제의 침략과 분단으로 끝없이 추락의 길을 걸었던 우리 겨레의 지난날의 찬란한 문화적 전통의 힘을 되살려 동아시아의 새로운 문화의 시원지로 다시 재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역설한다. 나아가 동아시아를 평화와 번영이 가능한 공존 공간으로서의 역할로 한류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한류는 검은 너럭바위 같은 불행한 역사의 덮개를 벗고, 평화공존의 새로운 관계지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지점에서 사고되어야 한다.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지속가능한 기획으로 한류를 추동해가지 않으면 안 된다.”(p288)

한류는 일시적이고 시류에 영합한 문화적, 혹은 문화산업상의 현상이 아니다.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문화적 역량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 과 동아시아를 평화 공존과 문화적 연속성이 함께 하는 그런 공간으로 다져갈 수 있는 단초가 된다.

십대들의 화려한 상업적 이미지의 그늘에 숨어 있던 한류의 근원과 속성을 제대로 읽어내고 제대로 된 문화적인 토대로 펼쳐 나간다면 이는 필시 ‘돈이 되는 한류, 돈이 되지 않는 한류’를 넘어 한국이 21세기 동아시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주도 국가로서의 역량과 가능성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동아시아의 문화 선택 한류>는 던져주고 있다.
서종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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