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식에 받은 선물

2006.02.16 09:18:00

겨울방학을 끝내고 개학한지 5일 남짓지난 어제(15일), 졸업식도 하루전에 끝났고 다시 종업식을 앞둔 날이었다. 홈페이지를 열어보니 학교를 옮기는 선생님들의 이임인사 관계로 임시직원회의를 한다는 알림이 올라와 있었다. 학교를 몇번 옮겼지만 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커피한잔을 마시고 직원회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우리반에서 제일 귀엽게 행동해온 승연이와 항상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진실이가 문을열고 들어섰다. '선생님 오늘은 왜 아직까지 교실에 안오셨어요. 지금 빨리 같이 가요.' '선생님 아침에 임시회의가 있어서 회의 마치는 대로 곧 교실로 갈께. 지금은 좀 곤란한 걸. 그런데 왜 그러는데?'

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녀석이 다시 문을 열고 나갔다. 나가면서 둘이 하는 이야기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야, 빨리가서 촛불 꺼야 돼. 다 녹겠다.' 이녀석들이 무슨일을 꾸미는가 싶었는데, 회의를 하기위해 교무실로 내려가는 도중 그 사실을 까맣게 잃어 버리고 말았다.

직원회의를 마치고 교무실을 나서는데, 승연이와 진실이 외에도 몇명의 아이들이 교무실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 끝나셨어요? 그럼 빨리 교실로 가요.' '무슨일인데 그러니?' '아무일 아니예요. 가보시면 알아요.' 그렇게 교실에 도착했다.

교실의 전등은 모두 꺼진상태, 교탁위에는 조그만 케익이 놓여있고 촛불이 어두운 교실을 밝히고 있었다. '선생님 빨리 불 끄세요. 우리가 박수치고 노래 불러 드릴께요.' 그제서야 사태파악이 대충 되는 것 같았다. 교실을 자세히 둘러보니 그것만이 아니었다. 칠판과 벽에는 풍선이 걸려있고,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 너무 섭섭하고 슬퍼요. 다른 학교 가셔도 우리 잊지 않으실거죠?' 등등 각종 문구들이 칠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이들의 사연이 빼곡히 씌어 있는 4절지 도화지를 회장에게 선물로 받았다.

그렇게 촛불을 끄고, 케익을 아주 작게 잘라서 우리반 모두에게 조금씩 나누어 주었다. 물론 케익뿐 아니라 아이들이 음료수와 과자종류까지 준비해 놓아서 모두 맛있게 나누어 먹었다. 우연인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종업식날 나누어주기 위해 공책을 한 권씩 준비해 두었었다. 그 공책을 나누어 주면서 한명 한명에게 덕담을 해주었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이 1시간정도, 청소를 마치고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그동안 리포터는 학교를 옮길 때마다 3학년 담임을 하고 옮겼다(우연이겠지만). 그런데 이번처럼 2학년 담임을 하고 옮기게되니 다른때보다 훨씬 더 아쉬움과 섭섭한 마음이 많았다. 아니 지금 이시간에 생각해도 그렇다. 며칠전(정확히는 개학하고부터)부터 우리반 아이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웠었다.

점심식사를 하는데, 교장선생님이 리포터를 보자마자, '파티 잘끝냈어요.'하시는 것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아침 7시쯤(우리 교장선생님의 출근시간은 정확히 아침 6시55분이다. 야간당직하시는 분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학교 시계라고 한다.) 학교를 돌아보는데 그반 아이들이 교실에 와 있더군요. 뭐하냐고 물었더니, 우리 선생님 다른학교 가시기 때문에 파티를 열기위해 준비중입니다라고 대답하던걸요. 그래서 알았지요.'

오늘은 그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을 받은 날이었다. 교사라면 모두 경험을 했겠지만 담임을 하다보면 유난히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있다. 아마도 올해 강현중학교 2학년1반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이지만 우리아이들이 1년동안 부쩍 자라서 어른스러워졌고 생각도 깊어졌다는 것을 느끼면서, 교사로서의 보람도 함께 느낀 하루였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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