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학교, ‘스타교사’ 몇 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2006.03.21 15:38:00

서울시교육청에서 교육격차 해소방안으로 속칭 ‘잘나가는 스타교사’를 학생, 학부모가 기피하는 학교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학교 평준화가 30여 년 간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교육격차도 메우기 힘들 정도로 벌어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든 그 해소 방안 마련이 시급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책임있는 서울시교육감이 제시한 방안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미봉책으로 ‘말장난’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첫째, 대개는 학력 수준이 낮고, 저소득층 주거 지역에 있는 신입생들이 배정 후 전학을 원하는 학교가 기피학교로 분류된다. 이는 지금까지 평준화 체제 속에서 음성적으로 묻혀 있었던 ‘기피학교’를 구체적으로 지역까지 언급하면서 공식적으로 끄집어내 만천하에 공개함으로써 해당학교의 재학생, 학부모는 물론 재직교사의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히는 등 또 다른 차별정책으로 인한 새로운 문제점 발생이 우려된다.

둘째, 현재 교육 격차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학교인 고등학교의 경우 70~80%가 인사 상 이득을 볼 수 없는 사립학교인 것도 문제점이다. 현실적인 교원 인사 교류 정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론 떠 보기식’으로 내 놓은 궁색한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셋째, 명예와 경제적 측면에서 소위 ‘잘 나가는 스타교사’가 과연 약간의 가산점이나 해외연수 정도의 인센티브로 기피학교를 희망할런 지는 두고 볼일 이지만 학교 평준화가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때, 이제 교사까지 인위적으로 평준화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만 낳을 불가능한 발상이다.

얼마 전 다년간 EBS에서 명강의로 고교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던 ‘스타교사’가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입시학원 강사로 자리를 옮긴 것을 두고 한 매스컴에서 ‘희망 잃은 공교육 실상’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 그는 교단을 떠나며 “노력하는 만큼 평가를 받지 못하는 교직 사회의 풍조와 학교와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학생들 사이에서 공교육의 한계를 느꼈다”고 하면서도 “억대 연봉을 주겠다는 학원의 유혹을 못 이겨 교단을 떠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넷째, 특정 지역 내에 있는 선호 학교에서 명문대 등에 많이 진학한 이유가 과연 몇 명의 스타 교사만의 공일까. 좋은학교는 주요 과목 우수교사 몇 명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EBS 방송 출연 현직 교사나 저술, 출제 등의 실적이 높은 교사 200명 정도를 ‘스타교사’로 선정하여 우선 전체 학교의 10% 정도인 100여 개의 기피학교로 배정하여 기피학교를 선호학교로 만들겠다고 했다.

총체적으로 열악한 교육여건이 개선되지 않은 채 설령 ‘잘나가는 스타교사’ 몇 명이 일정 기간씩 배치된다고 해서 학생, 학부모가 기피하던 학교를 선호하게 되거나 기피학교의 수준을 금방 끌어올릴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교육양극화 현상은 경제, 문화, 사회적인 종합적인 문제로 야기되는 뿌리 깊은 합병증으로 근시안적이고 단기처방적인 임시방편으로는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직은 자존심을 먹고 사는 집단임을 왜 모르는가. 교원평가제나 초빙공모교장제 시범운영 등 교육공동체의 합의 없이 강행할 때면 가산점을 만들어 경쟁을 부추기고 교직사회를 ‘점수벌레집단’으로 매도함은 물론 가산점 제도 본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지금 학교 현장에는 EBS 방송 출연이나 참고서 출판도 못하고, 물론 승진에도 뜻이 없지만 훌륭한 ‘스타교사’가 많다. 교사들을 비객관적인 잣대로 ‘편 가르기’하여 가산점 등 얄팍한 인센티브로 준강제적으로 인사 배정시키려는 의도는 그 실효성에 관계없이 교직사회의 자존심을 흔드는 것이다.

이는 기존 인사 원칙에도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지역과 여건에 관계없이 묵묵히 교단에서 가르치는 데만 전념하는 대다수의 교사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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