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희망으로 만들 새로운 일상

2006.03.02 16:05:00

요즘은 교장이나 교감, 또는 부장교사가 권위로 아랫사람을 누르는 시대가 아니다. 작고 하찮은 일이더라도 모든 교직원의 의견이 수렴될 만큼 수평관계에서 교육현장이 움직이고 있다. 사실 몇이서 우물떡주물떡 하다보면 대충 해결하거나 방치되기 쉽지만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하면 좋은 방안이 나오게 되어있다. 내가 처음 교직생활을 시작하던 70년대 후반과는 격세지감을 느낄 만큼 교육이나 교직원풍토가 바뀌었다.

인생살이 복잡할수록 우스워진다. 그런데 송별연자리까지 서운한 감정을 풀지 않으면서 미련을 떨기도 한다. 같이 근무하다보면 다 알게 될 텐데 새로 오는 직원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동시기가 되면 오가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사람 사는 사회니 같을 수 없겠지만 사소한 일을 트집 잡아 두고두고 서운하게 하는 직원이나 권위를 못 버려 욕 얻어먹는 관리자도 있다.

새로 근무하는 학교의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몇 명을 제외하고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대부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어떤 일이든 한번 마음속에 자리 잡으면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 같이 눈매가 날카롭고 무뚝뚝한 사람들은 첫 만남이 더 중요하다.

집 가까이로 학교를 옮기는 것을 원했기에 이동을 하면서 기대와 호기심이 반반이었다. 그래도 살던 집이 편하듯이 이동을 하면 당분간은 모든 게 낯설어 힘이 든다. 하지만 교장선생님과 직원들을 만나보니 올 한해가 기대된다. 활력이 넘치는 직원분위기와 교장선생님이 던진 몇 마디 말씀 때문이다.

“윗사람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하겠지요.”
"무엇보다도 인화가 우선입니다."
“울타리 역할을 충분히 하겠습니다.”
“모든 것을 교감선생님과 상의해 주세요.”

학교의 최고경영자로서 모범을 보이고, 교직원들이 화합할 수 있도록 학생과 교직원들을 감싸주고, 교직원들이 하는 모든 일을 믿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많이 들었던 당연한 얘기인데 왜 감동할까?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실천하면서 존경받는 관리자가 있는 반면에 말만 앞세우는 사람들도 많이 봐왔었다. 그런데 새로 만난 교장선생님은 꼭 실천할 분이라는 것을 첫 만남에서 알 수 있었다.

가정이나 학교나 여럿이 공동생활을 하는 사회에서는 서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속담에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나쁘게 보면 하는 짓거리마다 밉게 보인다. 그 속담을 뒤집어 생각해보면 ‘좋은 뜻으로 보면 다 좋게 보인다.’는 말이 된다. 좋게 보면 한두 가지 실수쯤은 애교로 보인다.

사소한 일을 트집 잡거나 작은 이권에 욕심을 부리면 초라하고 추해진다. 서로 이해하면서 상호간에 부족한 면을 보충해주면 어떤 공동생활이든 분위기가 좋아진다. 신바람 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어떤 일을 해도 능률이 오르게 되어있다.

이제 새 학기를 시작한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일상이 아니다. 환상에 불과한 내일을 희망으로 만들 새로운 일상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남쪽에서 전해오는 훈훈한 봄소식을 맞이하려면 가슴속에 갑갑하게 묻어뒀던 묵은 것들을 훌훌 털어내야 한다. 신바람 나는 직원분위기를 만들어 아이들이 웃음꽃을 피우게 해야 한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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