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경찰권 부여 환영한다

2006.03.02 17:15:00

정부와 여당에서 ‘학교폭력 예방·근절 대책’차원에서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 학교 생활지도부장에게 제한적으로 특별 사법경찰권을 부여하고 교외 단속 활동비를 지원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교폭력 발생 시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교사가 관련 학생의 부모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수 있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 불응할 경우 벌금형에 처할 수도 있다.

이 법안에는 공익근무요원 대상자 중 교사자격 취득자, 교·사대 졸업자, 심리학 전공자를 인턴 상담교사로 활용,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중학교 등에 배치되는 등 늦은 감은 있지만 학교폭력 예방을 위하여 정부가 발 벗고 나선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교육계 내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등 사회 일각에서도 사법적 전문성이 없는 교원 신분으로 경찰권을 행사할 경우 통제할 상급자가 없을 뿐 아니라 자칫 학생과 학부모에 대한 인권침해나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지 추후 발생될지 모르는 부작용 등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된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실제로 현재 산림보호, 식품위생, 환경, 세무 등의 직무 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이 부여되어 있어 실효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사들이 유흥업소, PC방, 노래방 등 청소년 유해업소를 다니면서 선도활동을 하고 싶어도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출입을 거부당하거나 심지어는 업주로 부터 협박마저 받는 경우가 많았다.

이전에 리포터가 홍보(2006.2.12일자)한 대로 최근 영국 정부는 교육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교사들에게 학교 밖에서도 술, 마약 등 학생들의 ‘부적절한 물건’을 압수하거나 불량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는 ‘강제 지도권’을 부여하는 '사회적 존경 회복 운동(Respect Action Plan)'을 전개하고 있는 추세로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예방을 특단의 조치가 절실한 때이다.

최근 여당과 정부가 학교폭력예방 대책으로 도입한 ‘스쿨 폴리스’ 제도와 교내 CCTV 설치 등이 학생들의 인권이나 교권 침해의 논란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많은 것에 비해 교사에게 제한적인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보다 실제적이고 강력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에 앞서 시급한 것은 무단결석과 학교 내에서 일탈적 행동을 일삼고 선량한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주며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학생에 대하여 등교정지나 강제퇴학 등의 제재 권한을 부여하고, 관련 학생의 부모에게도 책임을 물어 학교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어쩌면 위험부담이 뒤따르는 유해업소나 우범지역에서의 단속권 부여에 앞서 학교 내에서의 강력한 법적 지도권 강화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교사의 기본적인 사명이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의 품성을 바르게 지도하는 것이라고 할 때 사법경찰권 행사를 교사 본연의 교육적 사명이라 하기 어려움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학교 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비하여 평상시 교사의 적극적인 지도나 상담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하고 자문해 볼 일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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