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심하고 자가용을 타렵니다

2006.03.04 09:21:00


2006년 2월 28일로 나의 공직생활은 막을 내렸습니다. 42년 동안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을 하였으니 참 오랜 세월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제 정년을 하였으니 자가용을 타기로 하였습니다. 이 말이 이상하다고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답니다.

아동문학을 하는 저는 한 동안 환경에 관심이 많았을 때, 환경을 위한 동화를 한 편 써서 출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본래 제목은 [마스크를 쓴 이순신 장군 동상]이었지만, 주제를 살려서 <탄산가스가 싫어요>라는 제목으로 1995년 6월5일에 첫판이 출판이 되었습니다. 이후로 세 번이나 찍었던 책이기도 합니다. 나는 이 책에서 탄산가스가 우리 환경을 망치고 있는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어린이들에게 알리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처럼 가공 수출을 해서 먹고 살아야하는 나라에서는 굴뚝 산업이라는 것을 없앨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산하는 탄산가스 중에서 가장 불필요하게 생산이 되는 탄산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첫째로 담배를 피워서 나오는 것이고, 다음으로 자동차를 별 필요 없이 타고 다니는 경우라고 했습니다. 꼭 필요하지 않는 자동차를 운행하는 경우로는 직장에 출, 퇴근용으로만 타고 다니는 자동차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나의 생각이 고루하고 어처구니없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자동차란 많은 거리를 움직여야하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것이지만, 출, 퇴근용이라면 조금만 일찍 일어나고 서두르면 대중 교통을 이용하여도 그렇게 불편하고 지장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주장을 해놓고 전국의 초등학교 어린이들 중에서 상당수가 읽었을 이 책을 쓴 사람으로 자신이 한 말을 내 스스로 지키지 않고, 출, 퇴근용으로 자가용을 타고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저작물이라고는 하지만 나는 어린이들에게 분명히 공언을 한 것이고, 약속을 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적어도 정년 퇴직을 하는 날까지는 양심상 자가용을 타고 학교에 들어 설 수는 없었습니다. 누가 지켜보고 따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내 자신의 양심상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까지 지켜온 것입니다.

운전 면허를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차를 타고 어디를 가보지 않은 장롱면허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나의 모습을 보고 자란 나의 아들딸은 더 이상 자가용을 타고 다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차를 사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뚜벅이 신세였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년을 하게 되니까 딸이 나에게 비록 중고차이지만 [카스타 LPG]를 사다가 놓았습니다.

"이제 정년을 하셨으니 차를 타고 다니면서 구경도 좀 하시고, 어머니와 함께 여행도 좀 다니시고 그러셔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정년 퇴임을 하였으니, 자가용을 타보기로 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사실 내가 근무하던 고양시내의 69개 초등학교의 교장 선생님 중에서 오직 한 사람 나만이 아직까지 자가용을 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어린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이제 정년퇴직을 하였으니까 더 이상 안 탄다고 할 필요도 없어졌고, 안 타겠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도 자가용을 타고 다닐 수 있게 되었나 봅니다.
김선태 한국아동문학회 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문화멘토,노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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