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지 학교의 속앓이

2006.03.21 15:37:00

신학기를 맞이하여 각 학교가 새 출발을 위해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그러나 벽지 학교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교무 분장도 봄 방학 시작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교과 협의회를 할 수 있는 것이고 학년 구성도 잘 마무리되어야 교과 운영도 개학과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벽지 학교의 경우는 어떠한가? 서로 부장을 하려고 아우성이고 서로 담임을 하려고 야단들이라 지원자를 걸러 내는 데 있어 관리자의 고충이 오히려 더 심한 것 같다. 그런데 시내에서는 부장을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해 달라고 요청하는 추세라고 한다. 담임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하려고 하는 욕구가 앞서는 이면에는 신학기 학사운영이 원활하지 못하여 3월 첫 주는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농어촌 벽지 학교에 지원자가 몰려들면서 농어촌 학교가 겪어야 하는 고충은 젊은이들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약점이다. 물론 젊은이가 많아야만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지나치게 고령화되어 가는 벽지학교에서 열정적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자기들의 점수 관리에 더 헌신적이라는 것이 또한 특징이기도 하다.

벽지 학교를 거쳐야만 승진이 쉽다는 것이 현 교원 승진에 있어서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교원이 시내에서는 담임을 기피하고 벽지학교에서는 담임을 하려고 아우성인 현실에서 문제점을 예리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연구를 하지 않고 몸으로 세월만 보내면 된다는 사고의 틀에서 우선 깨어날 필요가 있다. 교원은 전문직에 속하는 직업이라고 말하기에는 과거에는 어딘지 어설픈 데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직에 속하는 직업이라고 해야만 정상일 것 같다.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데 자습서에서 또는 교과서에 의존하는 교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교원평가는 가속해되어질 것이고, 무능 교사 퇴출의 신호탄은 더욱 앞당겨질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벽지에서 근무하려고 교원이 시골로 몰려들면 들수록 이들이 겪는 고충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출퇴근으로 인해 나타나는 어려움과 관사에서 생활하는 불편함 등이 이들을 더욱 괴롭게 만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점수를 획득하여 승진하려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농어촌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은 현 승진제도에 헛점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음이다. 우수한 능력이 있으면 그 능력으로 교재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해 승진에 필요한 연구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연구 점수가 3점으로 제한되어 있기에 이 점수로는 승진에 있어 우선권이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아무리 꾸준하게 연구하고 노력해도 결국은 농어촌 점수 2점을 다른 연구로 인해 더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교원으로서 연구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벽지 학교의 속앓이는 계속될 것이다.
조기철 인천 초은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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