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타는 농촌 어린이 교통사고 우려

2006.03.05 08:35:00

나는 자전거를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배웠다. 비틀거리다가 넘어지면서 자전거를 내동댕이치고 무릎이나 팔꿈치가 깨져 본 경험이 많았다. 처음에는 자전거 안장 위에 앉지도 못한 체 간신히 한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안장을 감싸 안고 한쪽 페달에 발을 올리고 다른 발로 땅을 굴러 중심을 잡으면서 서서히 앞으로 전진하다가 한발을 간신히 반대쪽 페달에 올리고 돌려 나아가게 했다. 그 자전거는 어린이용이 아니라 성인용이었다. 익숙하게 될 때까지 되풀이 되는 상처쯤은 아랑곳없었다. 스스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성취감은 하늘을 날 듯한 기쁨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어린이용 자전거를 구입해 주기 때문에 자전거 배우는데 별로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바로 안장에 앉아서 중심을 잡고 페달을 돌리면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넘어져도 비교적 깊은 상처가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자전거를 못타는 어린이는 거의 없다. 남녀 어린이 모두 자전거를 잘 탄다.

대부분의 집집마다 오토바이가 있다. 옛날 같으면 자전거를 타고 다닐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이웃 동네에 갈 때도 논밭에 갈 때도 면소재지에 갈 때도 오토바이는 모든 성인들의 필수품이다.

그런데 자전거를 잘 타는 어린이들은 두 바퀴로 달리는 오토바이도 쉽게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골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오토바이는 대부분이 100CC 이하의 경량급이기 때문에 쉽게 운전에 도전하고 쉽게 배운다. 마당에 세워두는 오토바이에는 대부분 키가 꽂혀져 있어 부모 몰래 오토바이를 타곤 한다.

30명인 초등학교 3학년 한 학급 어린이를 대상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학생을 직접 조사한 결과 4명의 어린이가 가끔 탄다고 답변했다. 3학년 어린이들이 그 정도라면 4학년 이상 고학년은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오토바이를 타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정말 놀라운 현상이었다.

처음에는 몰래 탔지만 결국 부모도 알게 된다. ‘부지깽이도 한 몫 한다’는 농번기에는 어린이들의 간단한 심부름도 큰 도움이 된다. 심부름을 시킬 때가 절호의 찬스다. 심부름을 하긴 하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오겠다고 버틴다. 아쉬운 부모는 차량 소통이 적은 동네길이고 또 탈줄 아는 것을 알기 때문에 마지못해 허락하게 된다. 이때부터 공식적으로 오토바이를 타게 되는 것이다. 부모는 아쉬울 때마다 타는 것을 허락하게 되면서 사고의 우려가 생기게 된다.

옛날 시골의 한적한 비포장도로에서 성인용 자전거를 배우다가 넘어져 다치는 것은 심신의 단련의 한 과정으로 간과할 수 있었겠지만 요즘의 시골 거리는 온통 시멘트나 아스팔트 포장길이고 이동하는 각종 차량들로 분주하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는 정도와 오토바이를 타다가 넘어져 다치는 정도는 비교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각종 차량들에 사고의 위험이 노출된다는 점이다.

성인의 경우에도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하는데 어린이들의 오토바이의 운전은 어떠한 경우라도 묵인하거나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학구 김제 부용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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