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초인데다 월요일이라고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을 하지 않는다. 새로 짝꿍이 된 친구나 선생님과 적응하는데 아직은 어린 3학년이니 더 그럴 것이다. 마침 사회교과서에 학교 주변의 모습을 관찰하고 그림지도로 나타내는 시간이 있어 아이들과 밖으로 나갔다.
밖에 나가 현장학습을 한다는 말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먼 곳도 아닌 바로 학교 앞이고, 매일 오가며 보던 곳인데도 마음이 들떠있는 아이들을 보니 웃음이 난다. 나중에 그림지도를 그려야 하므로 관찰하는 방법을 지도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게 한 후 밖으로 나갔다.
꼭 봄 소풍이라도 떠나는 것처럼 연실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씩씩하고 정이 많은 웅찬이는 내 손을 꼭 잡고 알지 못하고 있던 여러 가지 소식을 전해준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다하면 9살짜리 철부지라고 하겠는가? 내 눈을 피해 잽싸게 여자아이를 미는 남자아이와 막 넘어지는 여자아이를 보면서도 거리가 멀어 구경만 했다.
훌훌 털고 일어났지만 한참을 울상 짓던 여자아이나 죄의식에 어깨를 움츠렸던 남자아이나 새로운 것을 보면 금방 잊어버리고 ‘하하 호호’ 즐거워하는 게 아이들 세상이다.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면사무소부터 우체국, 신협, 농협과 시내버스 정류장을 관찰했다.
마침 장날이라 정류장 옆에 장이서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시골장이 서는 풍경을 구경시켜주기로 했다. 다른 곳보다 빨리 봄이 오는지 시장은 봄 냄새가 가득했다. 봄에 어울리는 일상생활용품부터 튀밥이 가득 실려 있는 봉고차, 그리고 예쁜 봄꽃이 활짝 피어있는 작은 화분도 많았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꽃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시장구경에 신이 난 우리 반 아이들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문의초등학교는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가 개방되며 널리 알려진 문의면 소재지에 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제일 먼 거리인 청남대행 셔틀버스 정류장까지 오가며 학교 주변의 모습을 관찰했다. 내 손을 잡아끌며 열심히 자기네 식당을 홍보하는 아이가 있어 함께 웃었다.
아이들은 시골장의 풍경과 학교주변을 관찰하고 나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풋풋한 봄 냄새를 맡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