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의 편협이라니…

2006.03.21 13:32:00

교육의 수장이 '전문직은 교육만 알고 능력이 부족하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럼 교육부의 전문직이 교육만 알아서 부족한 것이 무엇일까? 경제전문가인 장관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말한 것인지 모르지만 경제 전문가가 교육의 수장이 되어 교육의 형편이 나아진 것이 무엇인가? 소위 교육전문직인 교사가 교육개혁의 가장 큰 저항세력이라는 대통령과 전문직은 교육만 알아 능력이 부족하다는 장관이 의도하는 교육개혁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현 총리가 교육부 장관에서 물러나고 대학교수 출신의 장관이 취임하여 현장 교사와의 대화를 추진했었다. 각급 학교별로 대화의 장이 이루어졌는데 본의 아니게 나도 교총의 추천으로 열 한 분의 초등교사와 한 분의 유치원 교사가 앉은자리에 함께 하여 장관을 만날 수 있었다. 생전 처음 가본 국무원식당이란 곳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장관의 이야기도 듣고 현장의 이야기도 전하는 간단하고 짧은 자리였다.

지금도 뇌리에 지워지지 않는 것은 장관을 배석한 교육부의 국, 과장급 면모였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홉이나 열 명 정도였던 그분들은 곱게 살아서 그런지 대개 사십대 초반정도로 보였다. 이야기하는 것들로 미루어 그 중 한 세 사람정도는 학교 현장 경험이 있는 사람 같고 나머지는 행정관료인 것 같았다. 심지어 교원복지를 책임진 사람도 행정관료였다. 대학교수였던 장관도 초등학교 현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교사들의 질문마다 배석한 참모들에게 물었고 그들은 그들의 혐오의 대상이었든 군사문화에 젖은 관료 못지 않게 그들이 입안한 정책의 당위성을 교사들에게 설파했었다.

그 곳에는 식탁에 앉아 식사하며 대화하는 사람 말고 한 쪽 구석에 작은 의자를 놓고 대화의 내용을 받아 적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도 적지 않은 그 사람의 정체가 궁금해 회합이 끝나고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그 분은 교육경력 35년의 장학사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면서 교육부에 있는 소수의 전문직들의 초라한 위상을 설명하고 공허한 웃음을 웃었다. 나는 지금도 그 공허한 웃음소리가 가끔 생각난다.

한 때 대한민국 통계 중에는 교육통계가 제일 엉터리라는 자조 섞인 말이 학교 현장에 있었다. 학교 현장을 모르는 행정관료가 생각하거나 외국의 사례를 조합해서 어떤 정책을 입안해서 학교로 지시하면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학교에서는 어쩔 수 없이 그에 맞게 거짓말을 하게되고 문서상의 결과로는 그 행정관료의 능력이 인정된 탓일 것이다.

교육밖에 모르는 전문직이 어떤 능력이 부족한지 장관의 발언 저의를 알 수는 없지만 정작 공교육이 바로 서고 교육이 바로 이루어지려면 현장의 교육을 잘 아는 사람들이 불합리하고 부족한 것들의 개선을 위한 정책을 입안하고 소수의 행정관료가 그 정책의 실천을 위해 정리하고 추진하는 조직이 되어야만 옳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만 가니 교육이 바로 서기는 참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문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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