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학교에 근무하지 않으니 그러한 괴롭힘을 당하진 않지만, 예전에 학교에 근무할 때 괴로웠던 일이 하나 있다.
이것이 무슨말인고 하니 퇴직(정년퇴직이든 명예퇴직이든 불명예 퇴직이든 간에)한 사람들이 현직 근무할때 가졌던 인간관계를 이용하여 학교를 돌아 다니며 물건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 신분은 대부분 전직 고위 교육청 공무원을 비롯하여 교육장, 교장, 학교 행정실장 출신들이 많다. 파는 물건도 여러 가지인데 고가의 정수기, 전자제품(프로젝션 TV, 컴퓨터, 프린터기 등)부터 교구(과학물품, 학습 물품 등)와 도서, 급식 물품까지 다양하며 심지어 보험상품 등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퇴직한 분들 입장에 서야 현직 물러난 뒤 소일거리로 그 일을 한다손 치더라도 예전의 인간 관계를 이용하여 접촉하려는 대상이 되는 현직 후배들은 마음이 너무 괴롭고 부담이 간다. 물건을 구매해 달라는 부탁을 듣는 학교장이나 교감, 행정실장 입장에서는 얼마나 부담이 가겠는가? 가뜩이나 예산이 줄어들어 학교운영하기도 빠듯한데 그들의 청탁아닌 청탁은 반가울리 없다.
학교 교육에 필요하고 가격이 저렴하다면 못 사줄 이유가 없지만, 필요치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거의 강매수준으로 떠맡기다 시피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사주지 않는다면 그분들의 섭섭함의 표현 때문에 후배들은 좌불안석이 되기 마련이다. 특히, 情이라는 무서운 무기와 인간관계를 이용한 거래가 가끔씩 교육계를 흔들어 놓는 뒷끝이 안좋은 검은 유착관계로 이어져 마음을 더 어둡게 하기도 한다.
적어도 선배라면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면서 올바른 길을 가도록 인도하고 가르쳐야 하거늘 후배들에게 심적 부담을 주는 것이 온당한가 싶다. 꼭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면 그런대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련만 퇴직금도 넉넉하여 아쉬운 소리없이 살만한 분 같은데 노익장을 과시하려는지 활발히(?) 움직이는 그분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심기가 불편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조금 욕심을 버리고, 남은 후배들의 마음을 편케 해주는 마음 넉넉한 선배들이었으면 한다. 후배가 어려울 때 한번 찾아가면 그 분들이 가진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마음을 다독여 주며, 그들이 퇴직한 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는 그런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들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