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는 호아킴 데 포사다가 쓴 <마시멜로 이야기>라고 한다. 필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성공에 대한 지혜로운 성찰을 바탕으로 성공을 향한 꿈과 용기와 열정, 그리고 실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실 성공이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고, 어떤 공식으로 도식화하여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우리 주변에는 달콤한 유혹(?)이 너무 많다. 그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있을 경우 성공을 예단하고 허점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하여 종국에 가서는 기대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한 채 애만 쓰고 만다.
요즈음 정부 주도의 교육 혁신 과제를 보면서 어쩌면 우리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대표적 사례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민주적 리더십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교장 선출보직제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리더십은 교육적 마인드의 문제이지 제도의 문제가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교장선출보직제가 유일한 대안인 양 달콤한 유혹에 빠져 있다. 조금만 분석적으로 살펴보면 선거(출)과정과 결과의 비교육적 상황을 그려 낼 수 있는데도 우선 당장의 마시멜로만 쳐다보면서 환상을 확대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편 가르기, 상대방 흠집 내기는 물론이고 장기적인 선거(출) 분위기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 결과에 대한 불만 등으로 학교자치 구현은커녕, 학교사회는 상처투성이의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또한 가장 대접 받아야 할 우리 학생들은 뒷전에 밀리고 말 것이다. 일부에서는 경쟁도 없고 준비하지 않아도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다는 달콤한 마시멜로를 들이대면서 유혹하고 있으나 정말 그런 사회가 가능할 것인가? 그것은 허황된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청와대 교육혁신위원회가 이 문제를 가지고 공청회 등을 통해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데 그 부작용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병든 환자가 있을 경우 원인을 찾아서 치료하면 그만이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검토하여 점진적 보완을 제안한다.
다음은 서울시의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한다는 학군 조정문제이다. 물론 3월 30일에는 이 문제를 없었던 것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료들의 교육에 대한 단견과 안이함을 드러낸 것으로 참으로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교육적 마인드로 고민해야 할 문제를 부동산 정책의 끄트머리에 하나의 해결방안으로 생각하는 관료들이 있는 한, 우리에게는 훗날에 풍성하게 먹을 수 있는 마시멜로가 있는 것이지 걱정이다.
가장 저급한 임시처방에 불과한 것으로 이는 강남지역을 새롭게 확대하는 것이며, 이런 문제가 전국적인 현상으로 나타난다면 전국을 공동학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을 예단할 수 없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현존하는 교육의 양극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교육재정을 확보하여 교육여건을 크게 개선하고 공교육에서 교육적 수요를 최대한 수렴하는 것이다. 즉 사교육 시장의 역할을 학교 안으로 유인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며, 강북 지역에 특목고나 자율학교를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율학습, 보충수업 폐지 등과 같이 특정 교직단체의 요구를 수용하다가 결과적으로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는가? 교육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가지면 완화시킬 수 있는 문제를 부동산 정책의 하나로 학군조정을 들었던 관료들의 안이함을 보면서 우리 교육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셋째는 공교육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수준을 가늠할 만한 뉴스가 지난 3월 28일자에 보도되었다. 사교육 수준은 세계 최고이며, 공교육 여건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라는 것이다. 29일에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죽음의 트라이 앵글>이라는 동영상이 급속하게 유포되고 있다. 학교와 학원, 대학이 서로 다투다가 내신, 수능, 논술시험이라는 장치를 통해 공존의 법칙을 마련하여 수험생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와서 우리 교육현실이 나아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재정은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보다 못한 지방의 교육감들이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의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는 요란하지만서 과연 실행에 옮기는 노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이미 농어촌 교육은 황폐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농어촌의 공동화를 가속화시켜 참여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지역의 균형발전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법정 정원의 80% 내외의 교원으로 수준별 교육과정, 선택중심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란 애초부터 어려운 과제이다.
이런 현안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서로 대립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느 한 쪽의 생각이 가장 최선의 의견인 것처럼 오도하면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저항세력으로 매도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의 오늘은 오늘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내일’로서 의미가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것이 단지 오늘의 고민만을 해결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만 보지 말고 내일을 보아야 한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힘의 원천은 우리의 교육력에 있다.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미래의 더 많은 마시멜로 수확으로 이어가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본질 구현을 위한 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교육은 팽개치고 준비도 노력도 없이 누구나 교장이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당사자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교육혁신, 시장경제 논리에 근거한 교육문제 해결은 오히려 교육력 제고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