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이었다. 사범학교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러 가지 교직과목을 이수하기에 늘 힘써야 했다. 그런 중에서 우리가 직접 심리검사를 해서 그 결과를 가지고 공부를 하는 교육심리학을 공부할 때였다.
당시 병설중학교와 사범학교를 합해서 900여명의 학생들이 [성격검사]라는 것을 하였다. 성격상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검사하는 것으로 당시만 하여도 우리 나라에 이런 검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현장에 나가서 이러한 검사를 하게 되면 어떻게 해석하고 치료나 대처를 할 것인가에 대한 공부를 겸한 우리 자신에 대한 것을 알아보자는 것이었다.
이런 검사를 해놓고 거의 한달 가량이나 지났으나 잊고 있을 때였다. 이 때까지만 하여도 컴퓨터는 물론 천공기를 활용하는 것조차 없었던 시절이었으니까 일일이 손으로 채점을 하여서 결과 해석까지 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는 모양이었다. 심리검사 결과가 나왔다고 하시면서 결과지를 나눠주고서 자신의 심리적인 경향을 알 수 있도록 지표를 주면서 설명을 해주시는 것이었다. 아울러 이런 심리검사를 하고 나서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하여도 몇 시간에 걸쳐 공부를 하게 되었다.
첫째 시간 공부가 끝난 다음에 심리학 선생님은 나가시다 말고 특별히 나를 불러서 교무실로 오라고 하셨다. 그 무렵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겐 사고를 치지 않았어도 교무실로 불려 가는 것은 별로 반가운 일은 아니었다. 내가 무슨 발 못이라도 저질렀나 생각을 해보아도 그런 일은 없었기에 큰 걱정을 없이 교무실로 따라 갔다. 선생님은 나를 조용한 구석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이번 성격검사지의 결과를 적은 쪽지를 펼쳐 보고 나서 말씀 하셨다.
"널 부른 것은 네가 잘못이 있어서가 아니라, 너에게 몇 가지 주의를 주기 위해서다. 이 결과지를 한번 보겠느냐? 전교생들을 다 둘러 보아도 향성검사 결과에서 너처럼 낮은 점수가 나온 사람은 없다. 다시 말해서 너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이다. 이렇게 결과가 나온 것은 네 성격이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대는 성격으로 만약에 어떤 나쁜 일이 너에게 닥치면 너는 자살을 먼저 생각하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될 정도이다. 이것은 성격상의 문제이지만 네가 다른 사름을 가르쳐야 할 사람인데 이런 성격이라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많은 어린이들을 가르칠 수 있겠느냐? 그래서 나는 네가 아주 큰 걱정이구나. 좀더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그런 밝은 성격으로 고쳐 나가도록 노력을 하여야겠다. 네 자신을 위해서도 그게 좋지 않겠니?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서 놀기도 하고 의논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있는 그런 성격이 되어야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좋을 것이다. 좀 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노력을 하여라. 그리고 만약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언제라도 나에게 와서 의논하고 상담을 해주면 내가 널 도와주도록 하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교실로 돌아오는 내내 머릿속에서 "왱왱"거리는 소방차 소리를 듣는 것만 같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자살을 생각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내가 그렇게 약하기만 하단 말인가?'
여기에 생각이 머물자 나는 정말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해야 내 성격을 고칠 수 있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내 스스로가 내 자신에 대해 참 못난이이구나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래? 내가 그렇게[ 못난이로 일생을 끝내고 말아야 한단 말이지? 그럴 수는 없지. 내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단 말인가? 이제부터 내 자신을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꾸어 내고 말겠다. 그래 꼭 그렇게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고 말 거야.]
내 자신에게 이렇게 결심을 다지고 또 다져나가게 한데는 또 다른 일이 도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