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계절이다. 아니 전국에서 벌써 몇 군데나 벚꽃 축제가 한창이다. 군항제, 영암 벚꽃길, 군산,장항 벚꽃길, 이제는 서울의 윤중로 벚꽃 축제까지 요란을 떨고 있다. 60년대까지만 하여도 창경원벚꽃 축제가 우리 나라의 유일한 벚꽃 축제였었다. 그러나 이제는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은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어쩜 이것은 우리 나라만의 풍경이 아닐까 싶다.
이런 벚꽃 놀이에 이의를 달만한 이유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오직 벚꽃이라는 자연물로만 보아야지 왜 굳이 일본과 연계를 시키느냐? 또는 벚꽃의 원산지가 우리 나라의 제주가 아니냐? 그냥 원산지에서 그 화려한 벚꽃을 좀 즐기기로서니 무슨 잘못이라고 하느냐?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하나의 꽃일 뿐이고 그것을 보는데, 아니 즐기는데 그게 무슨 잘못이거나 큰 일이 나는 일도 아닌데 왜 딴지를 거는지 모르겠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분명 이유가 있으니까 딴지를 거는 게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에 꽃놀이라는 고유한 풍속이 있었다. 우리 나라 민요에서도 불려지는 [화전놀이]가 그것이 아니었는가? 우리 민족은 전래로 이렇게 꽃을 좋아하였고, 또 그 꽃이 피는 시절에는 즐기는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처럼 벚꽃이 아니었다. 대부분이 전 국토를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꽃놀이이었다. 진달래를 따서 화전<진달래를 부침개에 놓아서 아주 예쁜 전>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다. 그렇다면 세월이 변했는데 아직도 화전놀이만 꽃 놀이일수는 없지 않느냐? 벚꽃은 어떻고 철쭉이면 어떤가 한다면 할만은 없다.
그렇지만 벚꽃에 대해서만은 그렇게 관대하게 대할 수가 없는 부분이 있음은 인정을 할 것이다. 60년대 어려운 시절에 우리 나라 유일한 벚꽃 축제가 열리던 창경원을 한번 생각해보자. 일본은 우리 나라를 침략하여 국권을 빼앗은 다음에 거의 로봇이나 다름없는 임금을 자리에 앉혀 놓고서 딴 짓이나 하고 놀아라 고 조성한 곳이 창경원이 아닌가? 오죽이나 임금을 무시했으면 여기 여러 가지 동물들을 가져다 놓고 기르니까 이것이나 보고 놀아라 고 했겠는가? 그러면서 그들은 자기나라의 나라꽃인 벚꽃나무를 잔뜩 심어 놓았던 것이다. 그것이 연륜이 들어서 활짝 꽃을 피우고 잔치를 열게 된 것은 대한민국이 건국되고서도 한 참이나 지난 다음부터였다는 것은 어쩜 우리에게 참으로 가슴아픈 추억거리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진해 군항제? 처음엔 진해 벚꽃축제였던 것을 벚꽃축제라는 말이 좀 어색하게 생각이 되었든지 군항제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역시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벚꽃 축제가 분명하다. 그런데 그 벚꽃은 무엇인가? 일본이 군항으로 개잘한 곳이고, 역시 그들의 손으로 심어진 벚꽃나무가 아닌가? 그것은 군항제라고 바꾼다고 벚꽃을 보러온 사람들이 군항제라고만 생각하고 온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들은 그렇게 간 곳마다 벚나무를 심어서 후세들에게 볼거리를 마련해주려고 애를 쓴 것일까?
일본이 경제대국으로 발돋움을 하게 되면서 그들은 외국에 나갈 때 또는 외국에 나무를 기증 할 때에도 언제나 자기 나라를 상징하는 나무들을 기증하여서 은근히 자기나라의 영역이나 자기나라의 혼을 심으러 노력해온 것이다. 세계 곳곳에 벚나무 묘목을 나누어 주고 느긋하게 즐기는 저의가 무서운 것이다. 그들이 대화혼[大和魂]을 심기 위해서 세계 곳곳에 벚나무를 심게 만들었다. 우리 나라에는 물론, 멀리 프랑스의 파리 세느강변에도 심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정원수를 심을 자리에는 자기나라의 궁중을 표시하는 금송이라는 나무들을 심도록 하였다. 우리 나라의 유명한 사찰<상원사>에도 이 금송이 심어져 있고, 자랑스러운 우리 제2의 대통령 집무실인 청남대에도 두 그루가 있는데, 관리인은 이 나무를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저들은 한창 양담배가 극성을 부리던 시절에 외국에 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자기 나라의 담배 <마일드세븐>을 선물로 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서 마일드세븐을 접해본 사람들 중에서 그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당장이 아니라 천천히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젖어들게 만드는 저들의 상술이고, 저의가 문제라는 것이다.
마일드세븐이 입맛을 잠식해가듯 천천히 젖어드는 대화혼[大和魂]을 바라보면서 흐뭇해하는 저들의 미소 속에 숨어 있는 제국주의적 야심을 생각할 때, 더 이상 벚꽃 축제에 들뜨는 국민이 없었으면 싶은 것은 나만의 지나친 국수주의 탓이라고만 할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