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수요자로서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은 학교 교육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므로 학부모들의 요구 사항이 어떤 방향이며, 어떤 요구가 있는가에 따라 학교 교육은 상당한 방향 전환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교육이라는 것은 제도권 교육으로 수요자의 요구대로만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을 바르게 이해하고, 학교교육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지원하고 더욱 더 활기찬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학교교육에 대한 바른 이해를 전제로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요구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은 자신의 자녀를 좋은 학교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학부모의 요구는 자신의 자녀를 학부모가 바라는 방향으로만 내몰고 있을 뿐이며, 진정 자녀가 바라는 취미, 특기 관심 있는 학문을 연구하고자 하는 대로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결과로 우리 나라의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 학생들 중에서 다른 과로 전과하고 싶다는 학생들의 비율은 18.3%로 농생대(35.6%). 인문대(29.5%). 생활과학대(26.7%). 사범대(25.4%) 순으로 높았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것은 서울대라는 명문에 진학을 하기 위해서 자기가 바라는 과목이나 진로와 관계없는 점수에 맞는 학과를 진학한 학생이 많다는 결론이다.
이러한 결과로 서울대라는 명문 학교를 졸업하였지만, 그 중 약 20%의 젊은이들이 자기가 바라지도 않는 일, 또는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일평생을 불행한 나날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 교육이 잘 못되고 있는 가장 좋은 실례가 되는 사실일 것이다.
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기가 바라는 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주었을 때, 우리 민족 특유의 끼를 발산시키고, 신바람을 내어서 자신이 가진 특별한 기능을 발휘하여 남다른 성과를 거둘 수도 있었을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당장 나는 일류 대학을 나왔노라고 자랑이 될지는 몰라도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하지 못하고 일평생을 안타까운 속에서 살게 만든다면 그것은 부모로서 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십수년 또는 2,30년이 지난 다음이 될 것이니 이런 불행을 막아주는 일을 바로 학부모교육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옛부터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무척 당연시해 왔었다. 그래서 오죽하면 가장 멋진 직책 중에 하나이고 매력적인 고장인 평양감사 자리를 두고도 "평양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고 했잖은가? 이렇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중시했던 우리 나라가 어느 날 갑자기 간판 위주의 학벌 사회가 되면서 어떻게든지 서울대학만 나오면 출세가 보장되고 성공이 담보된다는 생각에 젖어 들게 되었다. 바로 이런 사회분위기와 진정한 학력이 아닌 학벌주의가 이 나라의 교육을 병들게 만들고, 교육 붕괴를 이룬 주범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것을 막아내는 방법이 없는 게 우리의 가장 힘들고 시급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직시해 온 우리 일동은 바른 학부모교육만이 우리 나라 교육을 바르게 이끌어 가는데 가장 시급한 문제임을 온 사회에 알리고 이를 깨닫게 하여 학부모들에게 바른 교육관과 진정 자녀를 위한 교육의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