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지도 필요한 '양날의 칼'

2006.04.17 16:05:00

지난 달 말 한나라당의 의원 수련회가 강원도 원주의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수련회 첫날 입교식에 3분 정도 지각을 한 박근혜 대표 등이 내부 규칙대로 가벼운 ‘얼차려’를 받아 다분히 상징적이긴 하지만 단체생활에서 시간 엄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곳에서 모든 의원들은 가나안 농군학교에서 생활하는 동안 「외부 음식 반입 금지, 핸드폰 사용 금지, 술·담배 금지, 시간 엄수」라는 생활수칙을 지키는 등 나름대로 엄격한 집단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 생활수칙에서 리포터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것은 ‘핸드폰 사용 금지’ 조항이었다. 가나안 농군학교 측이나 한나라당에서는 핸드폰 휴대나 사용이 단체 교육활동에 장애가 된다고 판단하여 제한한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의 급속한 발달과 함께 정보통신 음란물 등 불법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 중에는 폭력·잔혹·혐오성 등 심각하게 사회질서를 흔드는 것도 있고 사행심 조장이나 명예훼손 등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과 핸드폰 강국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핸드폰 천국을 만들었고 정보공유가 날이 갈수록 쉬워지면서 2004년도 핸드폰 수능 부정 파문 등 이에 따른 교육적인 부작용 또한 심각하게 양산되고 있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중학교에서는 교육부와 경찰청이 추진하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 1,000만인 서명 운동'에 학생들이 핸드폰을 이용해 서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본교의 몇몇 교사는 일과 중 특별실 이동, 학생 호출 등 급한 연락을 위하여 학급 대표와의 핸드폰 핫라인을 이용하는 등 핸드폰의 순기능을 무조건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미 교사라면 많이 겪어본 일이겠지만 쉬는 시간이나 자율학습 시간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통화나 문자통신, 요즘은 이어폰 꽂고 음악까지 듣느라 바쁘다. 열심히 핸드폰을 가지고 메시지나 게임에 열중인 아이들, 이미 자판누르기에 달인이 된 '엄지족'들은 수업시간 중에도 통신을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양날의 칼’로 변해버린 핸드폰, 학교에서 핸드폰 휴대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사용 금지나 제한이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하는 일인지의 교육적 판단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금년도부터 우리학교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와 어머니회 등 교육공동체의 동의를 얻어 학교에서 ‘핸드폰 휴대 및 사용하지 않기’를 시행하고 있다. 단지, 가정환경 상 휴대나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에게 맡긴 후 하교할 때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물론 학부모와 자녀 사이의 연락은 언제라도 학교에서 연락해주고, 학생들은 교내에 설치된 수신자부담 전화를 활용하도록 하여 지금은 대체로 무리 없이 시행되고 있다.

정보통신 발달의 상징이 되어 이제는 어른이나 아이나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핸드폰이 어느새 장점도 많지만 부작용 또한 많은 ‘양날의 칼’이 되어 교육적 지도를 필요로 하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된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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