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잔잔한 감동의 연속

2006.04.27 17:55:00

신학기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월의 끝자락에 와 있습니다. 세월의 빠름을 피부로 느끼게 됩니다. 세월을 저축하면서 사는 게 아니라 까먹고 살고 있다 싶어 아쉽기만 합니다. 그러나 경륜을 쌓고, 보람을 쌓고, 희망을 쌓으면서 살아간다 싶으니 조금은 다행스럽고 안도가 됩니다.

새로 오신 선생님을 환영하고 신입생을 맞아들여 새로운 모습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는데, 시작이 너무 좋은 것 같아 기쁨을 감출 수 없어 속내를 드러냅니다. 순진한 어린애 모양. 무게도 없이. 체면도 없이. 출발부터 잔잔한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쉽게 일어나지도 않는 감동이 서서히 일기 시작하더니 그칠 줄 모릅니다.

오전 8시부터 아침자습시간에 교실을 둘러볼 때마다 전 담임 선생님들이 입실하여 조용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지도하며 학생들이 골마루, 계단을 청소하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뭉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일이니까요. 그리고 이제 제대로 돌아가나 싶었어요.

연세 많으신 선생님으로부터 젊은 선생님 할 것 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 학부모는 물론 울산시민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정도입니다. 교육이 한두 사람에 의해 이끌어지는 것이 아니고 여러 선생님들의 합심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교육은 이론과 말이 아니고 실천과 행동이구나 하는 생각도 가집니다.

학생부는 아침 7시 30분부터 나와 교문지도를 하는가 하면, 환경부는 아침 일찍 청소도우미와 함께 학교 안팎을 돌면서 청소지도를 하는가 하면, 교무실에는 일찍 등교하여 업무며 교재연구를 하는 모습들이 아침 봄햇살처럼 더욱 빛나 보이기도 합니다.

수업시간에 교실을 둘러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들의 열강하는 모습을 보고 학생들이 감동을 먹겠구나, 오래오래 기억에 남겠구나, 좋은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듣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좋은 선생님이란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수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우리 울산교육의 중점사항 중 하나가 학력향상인데 학력향상이 보충학습 한 시간 더하고, 조직적인 프로그램에 의해 이루어진다기보다 주어진 시간에 밀도 있는 알찬 수업에 의해 서서히 이루어진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만은 그 어느 것보다 우선시되어야 하고 중요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모든 선생님들의 열정적인 수업이 밑거름이 되어 학생들의 학력은 신장되리라 봅니다.

하루 많게는 대여섯 시간까지 수업을 하고서도, 감기에 걸려 몸살기가 있으면서도, 어린 자녀들을 돌아보아야 하는 딱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야자감독을 위해, 업무를 위해, 교재연구를 위해 밤늦게까지 남으셔서 활동하며 교실에서, 학년실에서, 휴게실에서, 교무실에서, 전산실에서, 골마루에서 학생상담을 하는가 하면, 학생들의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시는 아름다운 모습들을 보면 벅찬 감동이 솟아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원한 감동의 샘물을 마시며 오랜만에 정화작용을 하게 됩니다.

학생이 있는 곳이면 낮이고 밤이고, 토요휴무든 휴일이든, 교문이든 운동장이든 교실이든 열람실이든 선생님들이 함께 하는 모습을 그 누가 알아주겠습니까? 알아주는 이가 없다 하더라도 어김없이 시간, 공간을 초월하여 함께 계시는 동행교육이야말로 돋는 햇볕 같아서 점점 빛나서 원만한 광명에 이를 것입니다.

식물이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 자라듯이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숨소리를 듣고 자랍니다. 선생님들의 숨은 정성과 노고가 머지않아 결실로 맺어질 것입니다. 그게 교육의 기본원리입니다. 선생님들의 숨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계속 계속, 오래 오래도록, 아니 영원 영원히. 우리 선생님들은 분명 밤하늘의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십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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