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하늘은 아이들의 눈망울 마냥 참 맑습니다. 그런 하늘을, 아이들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마음에도 도래샘 같은 맑은 샘물이 솟아오름을 느낍니다. 그러나 가끔 저 아이들 가슴에도 샘물이 솟아 흐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들에 피어난 화사한 꽃처럼 맑은 향기를 내며 자신의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이런저런 평가에, 학원에 치이다 보면 언제 한 번 하늘을 바라볼까 싶습니다. 하늘 한 번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무슨 꿈을 꾸고 아름답게 가꿀지 싶습니다만 이것이 현실임에 이따금 짧은 한숨을 내어봅니다.
어젠 우리 반 아이의 생일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중간고사 시험 관계로 좀 늦은 생일 축하입니다. 종례 시간에 축하를 해 주기 위해 점심시간을 이용해 꽃집에 가서 분홍색의 장미 한 송이를 곱게 포장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지금까지 생활에 대해 칭찬과 고칠 것을 간단히 적은 엽서 한 장을 썼습니다. 축하 편지인 만큼 칭찬이 주 내용입니다.
종례 시간. 장미꽃을 들고 교실에 들어가자 아이들이 ‘와~’ 하며 함성을 지릅니다. 그러면서 ‘야 이번엔 누구 생일이야?’, ‘몰라. 누구지. 오늘 꽃도 받고 좋겠다.’ 속닥거립니다. 인사를 하기 전에 지나간 생일이지만 아이 이름을 불러 앞으로 나오게 합니다.
“며칠 전이 수영이 생일이었다. 시험 관계로 그때 못 챙기고 지금 챙기는 거야. 수영이 앞으로 나오렴.”
아이가 나오자 아이들이 ‘축하해. 축하해.’ 하며 인사를 해줍니다. 축하한다는 말을 하며 생일 선물(꽃과 엽서)을 주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합니다. 장미꽃과 엽서를 받은 아이는 얼굴이 발개지며 활짝 웃습니다. 들어가려는 아이를 잠시 앞에 세워두고 축하노래를 불러줍니다. 노래는 꼭 두 곡을 부릅니다. 첫 번째는 ‘왜 태어났니…’로 시작하는 노래를 부르게 합니다. 그런 다음 진짜 생일 축하를 부릅니다. 처음부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로 시작되는 노래를 부르면 재미가 덜하거든요.
노래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남자한테 장미꽃 받은 적이 있는 사람?” 하고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몇 몇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 눈치를 보며 손을 흔들자 여기저기서 ‘우~’ 하는 부러움 반 야유 반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 아이들을 잠시 진정시키고 ‘그러니까 너희들은 행복한 거야. 남자한테 장미꽃도 받고. 안 그래?’ 하고 반 농담조의 말을 건네자 ‘에~이’ 하며 깔깔대며 웃습니다.
그리고 종례 인사를 하기 전에 정호승 님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읽어 주었습니다. 우리 반 인사말이 ‘사랑합니다.’ 인데 이 시도 사랑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를 읽어주고 나서 시의 내용에 대해 몇 가지 느낌과 이야기를 해줍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향기 나는 것만을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이 시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그늘지고 눈물나는 것들마저 사랑을 할 때 사랑의 진정한 의미가 있는 거야. 오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 왜 오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할까? 우리 곁에 소중한 것들이 있는데 우린 그냥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달이라도 만들어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한 번 생각해보라고 만든 것일 거야. 오늘 집에 가면 부모님 어깨라도 주물러드리고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 보렴. 알았지?”
아이들이 ‘네!’하고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그 대답엔 ‘산생님 빨리 끝내주세요.’하는 바람도 들어있습니다.
매년 아이들의 생일을 장미 한 송이와 엽서 하나로 챙겨주면서 저 아이들도 누군가에게 무엇인가 줄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