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동행교육

2006.05.06 20:36:00

우리학교는 계절의 여왕인 5월의 첫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중간고사를 치렀습니다. 이번 중간고사는 어느 때보다 의미가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명의 감독에서 두 명의 감독으로 늘여서 공정한 평가가 되게 하라는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관계되는 선생님들은 많은 고심을 하며 감독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이 두 명씩 하면 숫자가 모자라는 어려움이 있고 그렇다고 학부모의 협조를 얻어 감독을 하게 되면 하루에 5,60 여명씩 학부모가 와야 하는데 그들의 공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담당하시는 선생님의 수고가 보통 예사롭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 선생님들의 의견을 물어본 결과 학부모의 협조를 얻어 함께 감독하는 걸 대다수 원해 그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3학년 한 학년만 시행해 보았습니만 전 학년을 대상으로 그렇게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학부모의 예비모임 때 교장 선생님께서 출장 중이시라 제가 대신 인사말씀을 드렸습니다.우리학교의 발전하는 모습, 선생님들의 열심히 하는 모습, 학생들의 변화된 모습 등을 말씀 드린 후 4일간의 명예감독교사로 위촉된 것을 축하드리면서 명예교사의 사명을 갖고 책임의식을 가지고 출근시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여 부감독자로서의 임무를 철저히 수행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5.60 여명의 학부모들이 계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교장실을 사용하도록 교장 선생님께서 배려를 하셨고 쉬는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교장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어 좋았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그분들의 애로사항과 요구사항을 알게 되었고, 학부모는 학교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선생님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오시는 학부모마다 단정한 복장을 하며 오셨습니다. 이는 많은 선생님들에게 많은 깨달음과 도전을 안겨주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복장이 너무 자유스러워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이 있는데 어머니들의 단정하고 예의바른 그 모습은 선생님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마 선생님들도 교생실습 때 바른 복장으로 실습에 임했던 것과 같이 조금만 자극을 주면 초심으로 돌아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걸 학부모들이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다행입니다.

또 학부모들은 선생님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50분 내내 부감독으로서 뒤편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만 돌리며 감독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세 시간 정도 감독하신 어머니들은 아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을 것입니다. 정말 선생님들이 고생하시구나, 힘들겠구나는 생각으로 가득찼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느 학부모는 우리 애를 나중에 선생 시키려고 했는데 힘들어 시키지 않아야겠다고 하는 이야기를 할 정도니까요.

그리고 감독에 참석하신 학부모 중에는 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보며 안쓰러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험이 끝난 후 1학년 어머니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어머니 말씀이 이제는 애가 집에 오면 집에서나마 윽박지르지 않아야겠다고 하네요.

시간이 없어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지 못해 아쉽지만 아마 틀림없이 그 동안 선생님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신 분들도 긍정적인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겁니다. 이제 선생님들에 대한 비난보다 칭찬을, 무관심보다 관심을, 원망보다 격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턱대고 애들 이야기만 듣고 선생님들을 우습게 보며 툭하면 몰아붙이는 전화를 하던 분도 선생님 편에서 이해하면서 자제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학부모와 동행교육은 선생님들에게도 긴장과 부담을 안겨주었습니다. 선생님끼리 감독을 하실 때는 부담 없이 자유스럽게 감독에 임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어머니께서 뒤에서 감독을 하고 계시니까 학생 감독하랴, 학부모 의식하랴 아마 몸살하였을 겁니다. 그러니 선생님 중에는 다음에는 감독시간이 많고 힘들어도 선생님끼리만 하자는 말이 들려오거든요. 하지만 동행교육은 선생님들로 하여금 평소에도 학생들의 어머니께서 보고 계신다는 생각을 늘 갖게 할 것이고 그에 대한 의식이 바로 수업다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될 것 아니겠습니까?

4일 동안 명예감독교사로 수고해 주신 학부모님과 정감독으로 수고하신 선생님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리며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하나가 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흐뭇할 뿐입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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