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선생님들의 사명을 위한 삶

2006.05.08 08:24:00

우리학교는 개교기념일이 토요일이라 보기드문 황금과 같은 연휴를 맞이했습니다. 그 동안 수업이 너무 힘들고 야자가 힘들고 학교생활이 힘들어 에너지를 충전하고픈 마음으로편히 쉬었으면 하고 기대했을 텐데 기대만큼 충분히 휴식을 취했으며 유익되게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사를 한 집에 가서 축하도 해주고 수술 후 회복을 기다리는 분을 찾아가 위로해 주기도 했답니다.

오늘은 사명을 위한 삶을 사시는 원로 선생님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어떤 선생님은 작년에 학교일로 인해 병을 얻어 중간에 부장을 그만 두겠다고 몇 번이나 말씀을 하셨는데, 막상 새학년도가 되어서는 사명감을 저버릴 수 없어 자진해서 부장을 맡아 밤 12시까지,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과 그리고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하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또 어떤 원로 선생님은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나이 많아 담임을 맡기지 않을까봐 걱정했는데 담임을 맡게 되니 참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아침, 저녁 자율학습시간에 교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계시는 것을 보면서 어떤 때는 한참이나 교실을 쳐다보기도 했습니다. 얼굴을 마주치면서 눈인사라도 하려고 했지만 끝까지 책만 보고 계시더군요.

또 어떤 원로 선생님은 후배를 위해 부장은 사양하지만 담임은 하겠다고 하면서 낮이고 밤이고 학급관리에 모범을 보이시는 선생님 왈, 이제 옛날에 하던 담임 감각이 되살아난다고 하네요. 아마 많은 제자 선생님들은 물론 젊은 선생님들께서 새로운 도전을 받을 것 같아 흐뭇합니다.

또 어떤 원로 선생님은 담임이 힘드니까 꽃, 화단관리는 하지 말고 학급관리만 하라고 하는데도 학급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틈틈이 화단에 봄꽃을 심는가 하면 휴일이면 시간을 내서화단에 물을 주고 꽃을 관리하는 선생님이 계십니다. 더우기 밤늦게까지 교재연구하시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우수한 대학을 졸업한 능력 있는 선생님인데도, 유명한 학원 강사 경력이 있는가 하면 선발집단 때 명문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신 경험이 풍부하신 데도 교재연구를 줄곧 하시는 것을 보면 큰 존경을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어떤 원로 선생님은 몸이 불편해 학교의 생활도 힘드신데 아침 일찍 나오셔서 실내 계단을 쓸고 계시는 모습을 보고 짜릿한 감동을 느끼며 눈물을 머금으면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마 이런 분들은 모두 어느 때보다 지금 가장 행복한 삶을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왜냐하면 학생을 위한 봉사, 섬김의 삶을 살 뿐 아니라 교사로서의 사명의식을 갖고 사명을 위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한결같이 내가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내가 얼마나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알고 계시고 실천하는 분이시기에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분들은 교장 선생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 '학생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행하라'는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범자이기에 더욱 위대해 보이기도 합니다. '교육은 경륜이다'라는 말씀도 아마 이분들을 두고 하신 말씀인 것 같아 깨달음의 기쁨을 맛보기도 합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 교장이 얼마나 잘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고 하는 방관자의 자세보다 내가 젊든 나이가 많든 현재 나의 위치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고 원로 선생님들처럼 '나도 함께 참여해보자, 나도 힘을 함께 모아보자’ 와 같이 협력하는 자세가 보다 생명력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교육은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원로 선생님, 젊은 선생님 할 것 없이 모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지식과 좋은 성품을 지니고 계십니다. 이것을 학생들에게 나누어줄 때 더욱 가치가 있고 값이 있게 됩니다. 성품만을 나누어주는 가정교육과 지식만을 나누어주는 학원교육과는 달리 학교교육은 지식과 성품을 함께 나누어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선생님들은 더욱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게 되고 나누는 기쁨을 누리면서 보람되게 생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원로 선생님처럼 많이 나누어주는 삶이 우리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