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무릎꿇리고 무엇을 기대하나?

2006.05.25 15:38:00

산과 들판이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어가는 신록의 계절 5월은 청소년의 달이요 가정의 달이다.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5일은 스승의 날, 21일은 부부의 날31일은 지방선거일이다. 가장 가까운 인연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확인하고 그들의 고마움과 은혜에 감사를 드리는 달이다.

어느 해 보다 조용하게 보낸 스승의 날이 지나가나 했더니 학부모들이 교사의 무릎을 꿇린 사건이 발생하고, 종회를 길게 한다는 이유로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였다는 황당한 뉴스가 나오더니, 야당 당수가 얼굴에 칼질을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상식을 벗어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 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고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사회 풍토가 되다보니 세상이 미친 듯이 변해가고 있다. 사회는 전반적으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사회 기강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면수심의 겉잡을 없는 마음들이 예측 불허의 사건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야당의 당수가 목숨을 잃을 뻔한 테러를 당하였는데도 인간적인 걱정을 하기는커녕 성형수술 운운하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고서에 의하면 전쟁의 와중 속에서도 적장이 죽으면 문상을 하였다는 기록도 나오는데 우리 사회는 인간적인 냄새가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청주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한 여교사가 급식지도를 잘못하였다는 이유로 학부모들에게 무릎을 꿇는 사건이 일어났다. 한 교사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전 교사의 자존심이 짓밟히고 교권 전체가 무너지고 있는 처사다. 학생들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선생님의 인권 또한 중요하다. 무릎을 꿇어앉은 교사도 무릎을 꿇게 한 학부모들도 모두 이 나라 교육을 받은 사람들인데 어찌 생각이 그리 다를까.

추락해 가는 작금의 교권 침해 사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참고 양보하는 것도 인간의 한 미덕임이 분명하고 이를 또 가르쳐야 하는데 이가 교육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고 있으니 답답하다.

아이를 바르게 키우자면 칭찬도 필요하고 금기사항도 있어야 하며 벌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이나 학부모는 자신에게 불리하면 모든 것을 싫어하는 것 같다. 이래서야 어떻게 바른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교육이 바로 되려면 풀어줄 때는 풀어주고 엄하게 감을 때는 감아야 한다. 단맛도 있고 쓴맛도 있어야 한다.

축구 선수들에게 자유롭게 자신의 마음대로 공을 차게 하고서 월드컵 경기에 나가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선수들은 하기 싫지만 피눈물 나는 고된 훈련의 과정이 있어야만 월드컵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이를 싫어하고 자신의 아이 잘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교육이 바로서려면 가정과 학교에서 칭찬을 할 때는 칭찬을 하고 금기 사항을 지키게 하고 회초리를 들어야 할 때에는 마땅히 들어야 한다.

식사 시간문제로 교사를 무릎 꿇게 하였다면 이는 잘못이다. 얼마든지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하여 조정이 가능했던 문제가 아닌가. 이를 참지 못하고 학부모가 교사의 집을 방문하고 또 학교를 방문하여 학부모 여러 명이 공개 사과하라. 사표를 제출하라. '파렴치한 교사', '더 배우고 와', '성격 이상자 아니야'라는 등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하며 피해자의 명예를 마구 훼손하였다. 어떻게 무슨 권리로 학부모들이 사표를 제출하라 말할 수 있는가?

군사부일체의 시대가 있었다. 옛 시대의 유물이라 무조건 버릴 것이 아니라 사부일체는 오늘날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교사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교사는 부모와 같다는 생각이 있어야 바른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사부일체는커녕 사부 이체로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를 공격의 대상, 지탄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급속하게 사회가 변화하면서 억눌려 왔던 인권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자유 분망한 사회가 되다 보니 또 다른 사람들의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되고 있다. 학교 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의 인권이 강조되다 보니 두발지도나 복장지도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학생을 위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학생지도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기에 이를 포기하려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걸핏하면 학생들이 교사를 파출소에 폭력 교사로 고발하고 학부모가 학교로 달려와 교사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하는 현실을 자주 보면서 일부 교사들은 '애라 모르겠다, 가만히 있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굳어져 가고 있다. 학생의 인권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데 교사의 인권은 끝없이 추락되어 가고 있고 또 유린되고 있다.

교육은 학교만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사회가 잘못되면 교육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가장 힘이 약한 선생님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지 모르겠다. 교사가 힘이 없어 그런가? 솔직히 교사의 힘만으로 이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학부모도 학교 교육에 참여하여야 할 권리가 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지나치게 학교 교육에 참여를 하다보면 학교 교육이 제 갈 길을 잃어버리기 쉽다. 가정교육을 확실하게 하고 난 연후에 학교 교육에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어설픈 지적과 문제 제기만으로는 학교 교육을 더욱 혼란스럽고 곤혹스럽게 할 뿐이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교육에 왕도가 없음을 알고 있는데 일부 학부모들이 왕도가 있는 것처럼 말들을 하고 있다.

작금에 일어나고 공교육을 살리기 대안들은 오히려 공교육을 더 힘들게 할 뿐이다. 교육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문제를 가지고 왈가왈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급한 일은 인간 교육에 바탕을 두고 공존을 위한 교육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 당국이 서로 제 목소만 높이지 말고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대안을 말이다.

어떤 학교에서 학생이 교과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였는데 선생님이 잘 몰라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듣고 있던 한 학부모는 '그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선생질을 하느냐'고 아이에게 말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어떤 박사 학부모는 자신은 그 답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나도 잘 모르겠다. 다시 한번 알아보자'하며 선생님을 무식한 사람으로 몰아가지 않은 사려 깊은 학부모도 있다고 한다. 바로 그거다. 선생님을 일단 믿어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 잘못을 가려야 한다.

가까운 일본에서 담임선생님이 가정 방문을 하였는데 아버지가 장관이었는데도 맨발로 뛰어나와 담임선생님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부모가 선생님의 권위를 세워주고 선생님을 존경하여야 아이가 따르고 바른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의 인격을 한 없이 깎아내리면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려 하는가?

학부모가 교사를 욕하고, 자식이 부모를 탓하는데 어떻게 학교 교육이 잘 될 리가 있으며 가정이 또 잘 될 수 있을까?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양보하며 보듬어 안아줄 때 학교도 가정도 원만해 진다. 최근 우리사회는 선생님을 아주 우습게 보는 세상인심이 되어 버렸다. 이러고서 어떻게 바른 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선생님의 권위를 세워주고 사람다운 사람 즉 인간 교육에 바탕을 두고 이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때 교육이 바로 서고 세상이 바로 된다. 선생님 또한 학생을 제 자식처럼 생각하고 제대로 키워나가야 한다. 버려야할 권위도 많지만 버리지 않아야할 권위는 바로 세워주어야만 사회가 유지 존속된다.

내 자식의 인권이 중요하다면 무릎을 꾼 남의 자식의 인권도 깊이 생각해 보자.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어른들이 바른 생각과 행동을 보여줄 때 젊은 세대들은 따라 배운다. 아이는 어른의 분신이요 어른의 거울이다. 한 나라의 젊은이들을 보면 그 나라 장래를 알 수 있다고 하지를 않는가.

부모의 말도 잘 듣지 않는 요즈음 아이들, 핏줄이 통하지 않는 교사가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바르게 다스려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작업이다. 열성을 가지고 바르게 교육을 하려는 교사를 인권을 헤치는 교사, 폭력교사 나쁜 교사로 왜곡하지 말고 그들을 존중하고 도와주라. 그리고 선생님의 잘못이 있다면 일단 현행법으로 냉정하게 다스려 달라.

작금에 일어나고 있는 각종 교육 문제는 교육을 보는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출세주의, 경쟁주의, 황금만능주의, 자기중심주의 사고에 빠져 인간 교육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결과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인간 교육에 바탕을 두라. 그리고 교사들도 끊임없이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도 명심하여야 한다. 최근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직이라 하지를 않는가.
정병렬 포여중,수필가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