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로 톨러런스’ 도입하자

2006.05.25 15:37:00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ance)’, 최근 일본의 초․중학교에 도입키로 한 미국식 체벌주의 정책이다. 이 말을 우리 식으로 번역하면 ‘무(無)관용 정책’, 치안에서 흔히 쓰이는 ‘깨진 유리창’ 이론을 학교 질서 유지에 응용한 것이다. 건물에 깨진 유리창이 하나만 있어도 그 건물은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여겨지며, 이 깨진 유리창 한 장 때문에 결국 모든 유리창이 깨지기 쉽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무엇보다 공동체에서의 잘못은 용서하지 않는 사회다. 학교에서 교사의 지도에 따르지 않거나 말썽을 일으키는 학생에 대해서는 학생의 입장을 이해하고 봐주며 말로 지도하기보다는 잘못한 정도에 따라 ‘교실에서 쫓아내기’ ‘부모 호출’ ‘교장 지도’ ‘가정 근신 및 정학’ 등 벌을 가한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부터 이런 ‘미국식 체벌주의’를 채택하여 교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일본 정부도 그동안 학생들의 교칙위반은 물론 폭력, 마약, 교사폭행 등 흉악범죄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앞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초․중학생에 대해 학교가 매로 다스리는 ‘체벌주의’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이 작은 일이라도 문제 행동을 했을 경우 체벌 등을 통하여 확실히 주의를 주고, 사안에 따라 출석정지를 비롯한 엄격한 징계를 내려 학교 질서를 잡겠다고 생활지도 담당자 모임에서 천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요즘 우리 교육현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학생들의 심각한 비행으로 몸살을 앓던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태다. ‘교실에서 쫓아내기’ ‘부모 호출’ ‘교장 지도’ ‘가정 근신 및 정학’ 대상이 부지기수다. 학생의 신분으로 정단한 규정에 따라 지도하는 두발규제에 대하여 집단으로 반발하고 학생 상호간의 폭력은 물론 자신들을 가르치는 담임 여교사와 원로교사를 폭행하기까지 이르렀다.

여기에다 자식사랑의 도를 넘어선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교육적 소신에 따라 지도한 것을 문제 삼아 그 절차와 방법을 무시하고 교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권을 침해받는 사회에서 참다운 교육은 불가능하다.

정부에서도 최근 무너지고 있는 공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취지로 새로운 교육정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으나 오히려 교직사회에 갈등을 부추기고 사기를 저하시켜 오히려 교권을 약화시키는 악법을 계속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엄한 벌로 다스려서라도 교육적 차원으로 소신껏 지도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조성하고 무엇보다 교권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 24일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최근 교권 침해 사례가 인내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고 밝히면서 선생님들의 교권 수호를 위해 교육감과 교육당국이 분명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학생 및 학부로 인하여 빈발하는 교권침해 사건에 대하여 교육 수장으로서 단호한 입장을 천명한 것은 시기적으로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하며 앞으로 그 의지가 퇴색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 우리도 정부가 나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 차제에 우리도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라 미국식 체벌주의인 ‘제로 톨러런스’ 정책을 배우자. 정부는 이미 우리와 같은 교육계의 사태와 갈등을 경험하고 다시 태어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를 거울삼아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은식 충북영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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