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함께 맞이하는 5교시는 숨죽인 김치마냥 축축 쳐져있습니다. 점심 후의 식곤증에 더위까지 스멀스멀 책상 위로 기어와 아이들의 눈꺼풀을 노곤하게 합니다. 아이들의 그 졸음을 막아보려 여러 가지 노력을 하는 사람과 졸음을 핑계로 수업을 단축시키려는 아이들의 긴장감 아닌 긴장감이 잠시나마 졸음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게 하지만 일시적 현상일 뿐입니다.
특히 여학생들은 여러 생리적인 현상에다, 수시로 먹는 아이스크림 같은 차가운 음식에 이상이 생겨 화장실을 자주 갑니다. 요즘 아이들은 화장실 갈 때면 손을 들고 “저 화장실이요.” 하고 가볍게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화장실 갈 때 꼭 물병이나 컵을 들고 갑니다. 웬 물 컵? 하면 애교 섞인 웃음 한 번 보내면 그만입니다.
생리적인 현상에 의해 조퇴를 할 때도 떳떳하게 이야길 합니다. 그런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아이들을 보면 참 좋아 보입니다. 예전엔 남교사 앞에서 말 못해 끙끙댔는데 요즘은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이야길 하곤 합니다. 아직 쑥스러워 친구를 통해 이야길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 의식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더위와 함께 찾아오는 몸과 정신의 노곤함.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참고 참으며 오늘도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쳐듭니다. 그러다 간혹 자신도 모르게 꾸벅꾸벅 좁니다. 옛날 ‘우탁’이란 시인은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터니 /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고 노래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노래를 해야 할까 봅니다.
한 손에 연필 잡고 또 한 손에 결심 쥐고
졸리움 연필로 막고 오는 잠 굳은 결심으로 치려하니
졸음이 제 먼저 알고 눈꺼풀 타고 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