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담 너머에 테니스장이라니!

2006.06.20 16:57:00

오늘 수업 3교시째 교실을 둘러보았는데 교실 담 너머에 있는 종하체육관 테니스장에는 전국소년체전 초등부 정구시합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초등학생이라 그런지 학부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응원소리가 요란합니다. 한 점씩 점수를 올릴 때마다 소리를 지릅니다. 힘을 실어줍니다. 쳐다보니 붉은 유니폼을 입고 응원막대기를 들고 응원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의 응원소리가 수업하는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방해가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교실을 쳐다보니 시끄러운 응원소리에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선생님들은 열심히 수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학생들은 진지하게 수업에 임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짜증이 나겠지만 잘 참고 수업에 임하는 것을 보면 대단합니다.

어제 저녁시간에 1학년 부장선생님께서 날씨가 하도 더워 짜증만 난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학생들은 더위에 지쳐 축 처져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으니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얼마나 짜증나겠습니까? 저는 수업도 하지 않고 그냥 한 차례 1,2,3,4층을 지나가기만 해도 응원소리에 짜증이 나는데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오죽하겠습니까?

전국적인 체육행사에 대한 불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담 하나 사이를 두고 불과 1,20미터도 떨어지지 않는 교실 주변의 체육관에 테니스장이 있어서야 되겠는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뿐입니다. 이 체육관은 뜻있는 분이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체육관을 건립하여 기증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 토요일은 교장 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장과 학부모회장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 체육관과 우리학교 중에 어느 건물이 먼저 세워졌느냐고 물어보면서 체육관 테니스장에서 운동하는 분들로 인해 학생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수업에 방해를 주니 체육관의 테니스장을 주차장으로 바꾸든지, 공원으로 꾸미든지 아니면 주변에 초등학교가 없으니 초등학교를 짓든지 하도록 시청과 교육청에 건의를 하면 어떻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루 이틀 느낀 것이 아닙니다. 우리학교에 4년째 근무하면서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을 여러 수십 차례, 아니 수백 차례 더 생각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보통 때는 학생들이 아침에 일찍 등교해서 아침자습을 하고 있으면 동네 주민들이 테니스장에 와서 테니스나 정구를 합니다. 똑딱, 똑딱거리는 공소리며, 기합을 넣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들립니다.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습니다.

아침 운동이 끝난다 싶으면 그 다음에 학교 특기생들이 와서 정구 연습을 합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시끄럽습니다. 또 저녁이 되면 동네 주민들이 와서 테니스를 합니다. 하루, 이틀도 아닙니다. 사시사철 시끄럽습니다. 조용한 날은 비가 오는 날이나 눈이 오는 날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매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공부를 해야 합니다.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수업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순합니다. 선생님들도 순합니다. 아무도 이에 대한 말은 안 합니다. 학부모들의 그 많은 민원전화 속에서도 이상하게도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만약 학부모들이 실제 학생들이 수업에 엄청난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진정 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민원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우리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학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모두의 할 일 아니겠습니까? 관계되는 모든 분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해결 마련에 머리를 맞대었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학생들에게 엄청난 죄를 짓게 되고 맙니다. 앞으로 신설학교를 세울 때도 체육관 등 수업에 방해되는 건물이 세워지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고 모든 관계자분들께서는 학습권을 침해하고 방해하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여 이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행, 재정적 지원을 서둘러 함이 학생들을 위한 길이 아닐까요?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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