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일요일. 학교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2월말일자로 퇴임을 하고 4개월이 훌쩍 지나고 말았다. 그 동안 여기저기 바쁘게 나돌아다니느라고 전임지 선생님들과 몇 번의 통화만 하였을 뿐 만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미 떠난 사람이기에 자주 전화를 하는 것도 귀찮지 않을까 싶어서 전화하기도 어렵다. 또 새로 오신 교장 선생님께 공연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어서, 될 수 있는 한 개인적인 일이 있어도 함부로 전화하는 것도 조심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민속박물관에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바로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꼬마제자 김령희 양(현재 3학년)이 찾아온 것이다. 엄마와 함께 찾아온 령희는 우선 나를 보고 반가워서 뛰어와서는 "교장선생님" 하고 부른 것이었다. 나도 너무 반가웠다.
가서 손을 붙잡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함께 근무하는 선생님께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서 가장 나를 따르던 귀여운 제자가 찾아왔습니다. 전자도서관에서 가장 독후감을 많이 쓴 수제자이지요." 하고 소개를 했더니, 그 선생님도 알겠다는 듯이 "아, 그 독후감 잘 쓴다는 아이예요?"하고 응답을 해주었다. 그렇다고 하면서 잠시 프론트를 혼자 좀 맡아서 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어린이 박물관으로 함께 올라갔다.
꼬마제자 령희가 내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 그러니까 령희가 막 2학년이 되어서 4월쯤이었다. 어린이들이 전자도서관에 들어와서 독후감을 올리면 도서관 담당선생님은 6학년 담임이라서 도저히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시간 여유가 있는 교장인 내가 직접 지도를 해주기로 약속을 하였다.
전교생에게 이런 약속을 하고 나서 점점 인기 있는 사이트가 되어 갔다. 그렇지만 약 한달 쯤 지나고 나니 5,6명만이 계속 글을 올리고 나머지는 시들해지고 말았다. 그 중에서 제일 마지막까지 아니 지금까지 계속 독후감을 올리는 어린이가 바로 김령희이다. 더구나 지도 글에서 이번에는 이런 점이 좋았지만 이렇게 했으면 더욱 좋았겠다는 댓글을 달아주면, 다음에는 반드시 그렇게 고쳐만든 글이 올라오곤 하였다. 이렇게 몇 달 동안 계속 하는 동안에 2학년이지만 전교에서 가장 잘 쓰는 어린이가 되었고, 디지털 독후감 전국대회에서도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크게 성장해 버린 어린이이다.
엄마가 이것저것 차례로 데리고 다니면서 설명해주고 체험하는 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엄마와 고누를 두면서 서로 이기겠다고 다투기도 하고, 돌상을 차리는 놀이를 하면서 다시 놓아 보라고 하여서 차례로 늘어놓고 있는 모습이 다정했다.
다듬이질과 씨아 돌리기, 물레 돌리기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이다. 사진 찍기도 가장 좋아서 많이 찍고, 신나게 돌리는 물레는 매일 줄이 끊어지기도 하고 벗겨지기도 하여서 늘 손질을 해주어야 하는데 오늘도 벗겨져 있었다. 살짝 끼워 주었더니 한번 졸려 보는데, 어머니가 물레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제 3학년이지만 책을 많이 읽은 탓인지 질문하는 것도 제법 조리가 있어서 차분하게 설명을 해주고 실제로 조작을 하게 하면서 경험을 하도록 안내해주었다. 특히 탁본을 하면서 아주 즐거워하였다.
오랜만에 만나서 요즘은 어떤 책을 읽는지 물어도 보고, 도서관은 재개관을 하여서 이용을 하고 있는지도 물었더니, 이제는 모두 잘 이용을 하고 있단다. 내가 가장 힘을 써서 만들었던 도서관인데, 사서 선생님이 와서 모두 정리를 하여서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어 주었다니 참 다행이다 싶었다.
오랜만에 온 제자를 두고 내가 근무시간이 끝났고, 약속이 있어서 더 오래 지체할 수가 없어서 여간 섭섭하였지만, 어머니에게 다음 구경을 시킬 곳을 차례로 안내만 하여 주고 나는 얼른 돌아 와야 하였다. 끝까지 안내를 하면서 민속박물관 전체를 다 돌아보게 해주지 못해서 아쉬움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