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史記)에 소개된 고사다.
조(趙)나라의 조사(趙奢)라는 훌륭한 장군 슬하에 병법에 매우 능하고 영리한 괄(括)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러나 조사는 임종에 앞서 부인에게, “전쟁이란 생사가 달린 결전으로, 이론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병법을 이론적으로만 논하는 것은 장수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 앞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괄을 대장으로 삼지 않도록 말려 달라”는 유언을 하였다.
훗날 진(秦)나라가 조나라를 침략하면서 첩자를 보내 ‘조나라의 염파(廉頗)장군은 늙어서 두렵지 않지만 다만 혈기왕성한 조괄(趙括)이 대장이 될까 두렵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이 유언비어에 솔깃한 조나라 왕은 전쟁에 경험 많은 명장 염파 대신 조괄을 대장으로 내정했다. 이에 대신 인상여(藺相如)가, “왕께서 그 이름만을 믿고 괄을 대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마치 기둥을 아교로 붙여놓고 거문고를 타는 것(교주고슬-膠柱鼓瑟)과 같습니다. 괄은 단지 그의 아버지가 준 병법을 읽었을 뿐, 상황에 대처할 줄 모릅니다.”라고 조언하며 조괄의 대장 임명을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조나라 왕은 끝내 인상여의 말을 무시하고 조괄을 군대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 우려한 대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실전 경험이 전혀 없는 조괄은 이제까지의 전투방식과 군영을 한꺼번에 뜯어고치고,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하며 자기의 생각대로만 고집스럽게 작전을 전개하다가 진나라의 함정에 빠져 40만 대군을 모두 죽이며 결국 중국 역사상 최대·최악의 참패를 가져온 것이다.
인상여의 말대로 거문고의 기둥을 아교풀로 붙이고 음률을 조정하지 않은 채 연주를 하니 제대로 된 소리가 아닌, 한 가지 소리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오늘날의 교육계가 바로 이 모습이다. 이해찬, 김진표 등 전교육부총리들은 모두 교육의 ‘敎’도 모르는 사람들로써 작금의 교육계가 겪는 갈등과 불신의 한 가운데 그들이 있다. 당시 교육비전문가의 교육수장 임명을 두고 교육계는 물론 많은 인사들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이른바 ‘코드인사’로 밀어붙였다. 결국 교육 철학이나 전문성이 없는 그들은 임기 내내 청와대의 눈치만 보며 대통령의 코드정치에 휩쓸렸다.
정책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예고기간이나 교육현장의 합의 과정도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함으로써 급기야 교단의 기는 꺾일 대로 꺾이고 교육현장은 피폐화되었다. 종말에는 교육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만 떨어뜨리고 끝내는 성난 교육계와 민심의 불신임을 받아 불명예 퇴장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교육부총리의 후임으로 김 전부총리를 능가하는 ‘노(盧) 코드’의 추종자, 지금보다 더 기가 막힌 교육정책을 쏟아낼 지도 모르는,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정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실상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바로 그의 대표작인 교육문외한이다.
노대통령의 이번 인사야말로 ‘교주고슬(膠柱鼓瑟)’이 될 공산이 큰 위험한 발상이다. 전쟁에 경험 많은 명장을 제치고 임명된 경험 없는 장수가 기존의 전투방식과 군영을 한꺼번에 뜯어고치고, 참모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자신의 고집대로만 작전을 전개하다가 결국 군사를 모두 죽이며 최악의 참패를 가져온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전쟁이 이론만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듯 교육이야말로 교육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육철학이 올곧은, 그래서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바르게 진단할 수 있는 교육전문가가 우리나라의 교육수장이 되어야 한다.